현재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당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박은숙 기자
하지만, 3당의 후보들이 겨루는 3자 가상대결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원희룡 지사는 34.7%, 김우남 전 의원은 31.3%로 치열한 접전을 보였고 그 뒤를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7.5%)가 따랐다.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가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원희룡 지사가 32.8%, 문대림 후보가 28.9%, 김방훈 후보는 8.3%를 기록했다. 이 구도에서도 원희룡 지사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권인 김우남 전 의원과 문대림 전 비서관이 오차범위 내에서 원 지사와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결국 김우남 전 의원과 문대림 전 비서관 중 한 사람이 민주당 경선을 거쳐 출마하게 될 경우 원희룡 지사에게는 자칫 위태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지사가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바로 무소속 출마다.
‘시사오늘’과 여론조사 기관 ‘디오피니언’이 2월 7~8일 제주도 거주 만19세 이상 유권자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 표본오차 ±3.5%포인트, 응답률 13.7%)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은 원희룡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선호했다. 원희룡 지사 출마 시 선호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 ‘무소속’은 34.1%로 그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바른미래당(13.5%)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KCTV제주방송’ 등 제주지역 언론3사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10일 만 19세 이상 제주도민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17.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도 원희룡 지사의 당적에 대해 ‘무소속 출마’ 지지율이 40.3%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출마는 18.4%로 절반도 안 되는 지지율을 보였고 한국당 복당 뒤 출마 응답은 12.7%였다.
위의 여론조사 결과만 고려한다면 원희룡 지사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을 경우엔 민주당 후보와 아슬아슬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지지율이 상승해 2위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원희룡 지사의 당적이 제주도지사 선거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원희룡 지사의 탈당 여부에 대해 “무소속 출마와 바른미래당 출마의 여론조사 수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데 지금 탈당을 운운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며 “원희룡 지사는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 또는 한국당 복당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현재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 측근인 A 씨에 따르면 참모들 중 과반수는 ‘무소속’을, 나머지는 당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원 지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지방선거 이후의 행보 때문”이라며 “당선 유불리만으로 (탈당 여부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탈당의 명분은 있겠지만 사실 속내는 당선을 위한 탈당 아닌가’라는 질문에 A 씨는 “그렇지 않다. 선거 때문에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한편, 지방선거만 바라보고 섣불리 탈당을 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고, 이것은 향후의 정치 행보에도 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막 출범한 바른미래당이 현재의 지지율은 높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주는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지지층을 모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위의 여론조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