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 을 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 ||
언론인 이병도씨는 본지에 연재중인〈정주영의 야망과 좌절〉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9년 4월20일 조총련 제1부의장에게 내린 ‘극비 교시’에서 그 목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을 밝힌 바 있다. 이씨는 “정주영의 저돌적 대북행보는 아들(정몽준)과 고향(북한) 그리고 옹고집적인 노인의 심리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막바지에 무모한 대북행보로 질주하게 됐다는 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분석이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극비교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던 걸까.
다음은 교시의 핵심인 정주영 관련 김정일의 발언 대목이다. “정주영이 이달 말(99년 4월)에 또 온다고 한다. 이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정주영은 클린턴이 남조선에 왔을 때 만나려는 것을 거절했다. 그 사람 마음 속에는 ‘너희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이를 가벼이 보고 있지 않나, 나는 내 생각대로 간다’고 노인다운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남조선의 큰 재벌 중에 창업자로서는 그 한 사람 남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낮춰보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에까지 출마했다.
이 사람은 이제 북과의 관계를 잘 풀어 뭔가 성과를 내 자기 아들 정몽준을 차기 대통령에 세우려는 야심을 갖고 우리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그의 가슴속에는 ‘어쨌든 남조선 민심은 정주영에 대해 훌륭하다고 본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그런 흐름을 타고 자기 아들에게 대통령의 지위를 주려는 것이다.
내가 그와 만나 줘 인기가 훨씬 높아졌다고 용기가 나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강원도 통천이 고향이니까 북의 연고자가 아닌가. 어쨌든 그의 마음이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