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한 자택 문 앞에 아이들의 옷가지와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박혜리 기자
사건은 자택에 함께 있던 A 양의 친부 B 씨가 119에 신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강서소방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 34분 서울 강서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A 양을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의료진은 결국 사망판정을 내렸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A 양은 신고가 접수된 20일 오전 이전에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급대원은 “도착했을 당시 이미 호흡은 물론 맥박까지 정지되어 있어 즉각 CPR(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며 “현장에서 별도의 특이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이웃주민은 “20일 오전 구급차가 오고 갔을 때 B 씨가 자택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며 ‘우리 딸이 숨을 안 쉬어요’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병원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타살의 흔적이 있다”는 법의학적 소견에 따라 최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신체에서 타살 흔적 외에 추가적인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 씨는 그저 영화를 따라했을 뿐 특별한 범행동기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소 최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A 양은 과거 유치원에 다녔으나 최근까지도 유치원을 다녔는지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은 최 씨가 A 양의 언어발달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퇴마의식을 행하면서 발생했다고 알려졌지만 단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최 씨가 특별히 종교를 믿었다거나 A 양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 양에게는 한 살 터울인 오빠가 있으며, A 양의 오빠는 현재 신변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퇴마의식’을 한다며 여섯 살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친모 최 씨가 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타살 흔적 외에 추가적인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법의학적인 소견으로 볼 때 아동학대의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놓고 볼 때 어느 정도는 가정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웃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는 최 씨 가정을 주로 큰 소음을 통해 기억하고 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소리만으로도 최씨 가정이 평온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웃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 이웃 주민은 “최 씨가 현 거주지로 이사온 후 3년여의 기간 동안 아이들을 목격한 적은 딱 두 번이다. 한창 시끄러울 6, 7세인데도 아이들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며 “(최 씨가) 이웃과 교류는 많이 없었으며 술병을 치우는 소리와 남편 B 씨가 아이들을 큰소리로 혼내는 소리 등이 자주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앞의 이웃주민은 “(최 씨 집에서) 하도 크게 음악을 틀어 이웃이 신고도 한 것으로 안다”며 “몇 년 전에는 두 내외가 크게 싸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웃주민은 “얼마 전에도 두 내외가 크게 싸워 경찰까지 온 것으로 안다”며 “엄마가 아이를 크게 혼내는 소리가 자주 들렸고 이 때문에 이웃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양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으며 국과수는 21일 오후 부검을 완료한 상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목졸림)’로 잠정적으로 결론 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양의 친부 B 씨가 범죄에 가담했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경찰관계자는 “아직 B 씨의 가담 여부에 대해 확산하기 어려우며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