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대표적인 종목은 대한민국의 메달밭인 빙상 경기다. 워낙 많은 메달이 쏟아져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데다, 빠른 스피드로 순식간에 진행되는 만큼 시의적절한 해설이 필수적이다. 또한 관심이 큰 만큼 시청자들의 이해도 또한 높은 종목이니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곁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 탄탄한 해설진 돋보인 SBS
평창올림픽에서 유독 돋보인 이는 SBS 빙상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조해리 해설위원이다. 지난 2014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을 맡아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던 조 위원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답게 경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선수 입장에서 디테일한 내용까지 전하며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더욱 호평받는 것은 전문 해설가 출신이 아님에도 흠잡을 데 없는 발음과 발성, 그리고 조리 있는 말솜씨로 시청자들의 귀에 속속 박히는 해설을 전했다는 것이다.
선수 출신으로 SBS 빙상 경기 해설위원인 조해리 해설위원이 현장으로 달려가 소통하는 리포터 역할도 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조해리 인스타그램 캡처.
평창올림픽 기간 중 그가 얻은 별명은 ‘해리포터’. 일반적으로 해설위원들이 캐스터와 함께 해설석에 앉아 소통하는 것과 달리 조 위원은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선수들을 만난 후 그곳의 공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래서 ‘조해리’라는 이름과 ‘리포터’가 합쳐져 ‘해리포터’라 불리게 된 것이다.
조 위원은 “기존에는 중계석에서 해설을 전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경기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는 리포터로 활동하게 돼 벌써부터 흥분되고 있다”라던 자신의 포부를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조 위원과 함께 주목받은 해설위원은 한국 빙상의 전설이라 불리는 전이경이었다. 전 위원은 현재 싱가포르의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도 맡고 있다. 현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위원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가장 감격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중계도 맡았다. 1994년, 1998년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그는 대한민국의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선수들이 오랫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했기 때문에 계주에서 우승하면 기쁨이 더욱 커집니다”라는 설득력 있는 평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적재적소 해설위원 배치로 호평받고 있는 SBS 빙상 중계의 또 다른 축은 제갈성렬 해설위원이다. 배성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고 이는 제갈 위원은 일명 ‘배갈 콤비’라 불리며 여러 어록도 탄생시켰다.
배성재 캐스터(오른쪽)와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배갈 콤비’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배성재 인스타그램 캡처.
# MBC 김유림, KBS 박재민도 눈길
MBC 해설위원 중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을 담당하는 김유림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의정부시청 소속 현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김유림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발’이 아닌 ‘입’으로 함께 뛰었다.
김 위원이 보여주는 해설의 특징은 따뜻함이다. 정확하고 매끄러운 해설의 밑거름은 이 한 순간을 위해 4년 동안 준비해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을 향한 온기 있는 시선이다. 몇몇 해설위원들이 순위 결정을 앞두고 메달 색깔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반면 김 위원은 각 선수가 일군 결과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당초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3연패를 예상했던 김 위원은 이상화 선수의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이상화가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한국 빙상계의 전설, ‘빙속 여제’라 불리기에 손색없다”며 “이번 올림픽에 부상을 안고 출전한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초반 스타트가 너무 좋았는데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한 것이 아쉽다”라며 “이상화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다”며 해설위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해설을 곁들였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민은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매끄러운 진행 솜씨로 시청자들을 두 번 놀라게 만들었다.
현역 스노보드 선수이자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국제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박재민은 미주와 유럽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는 이 종목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출신 만능 스포츠맨으로 그가 스노보드 마니아이자 선수인 것을 알고 있는 KBS 스포츠국의 동문 선배 등의 추천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재민은 배우답게 또렷한 발음과 적절한 유머, 쉬운 설명 등을 더해 호평받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