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개헌안 도출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 여론은 어느 방향으로 기울까. 사진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단상. 박은숙 기자
국회의장실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은 59.7%, 반대는 16.2%, 모름·무응답은 24.1%로 집계됐다. 국민 과반수가 개헌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20대 국회는 개헌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1.6%,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19.7%로 나타났다.
국민 과반수가 개헌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개헌 추진 시기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개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개헌 국민투표’ 시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 22일 “적어도 다음주 안에 큰 틀에서 (개헌)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며 “국민께 약속한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실시일이 110일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개헌투표가 지방선거 날짜인 오는 6월 13일이라고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는 불가하며 오는 10월이 적절하다”고 ‘지방선거 동시 실시 불가’ 방침을 밝혔다.
국민들은 개헌 국민투표 시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의 국회의장실 여론조사에서는 ‘6·13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가 44.7%, ‘6·13 지방선거 이후 올해 안에’가 28.7%, ‘내년 이후에’가 30.2%, ‘모름·무응답’이 6.8%로 나타났다.
‘국제신문’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56.7%였고 지방선거 이후에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21.4%였다. 개헌에 반대하는 의견은 10.7%, 모름·무응답은 11.2%였다. 경향신문 조사에선 ‘가급적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가 47.0%, ‘무리해서 6월 지방선거와 함께할 필요는 없다’가 46.5%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대체적으로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여론이 두 배 이상 높은 편이었다.
이같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하자 정부는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발 개헌안을 선제적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헌법 전문을 비롯해 기본권, 자치분권, 정부형태(권력구조) 등 전반에 걸친 개헌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헌안은 여야 개헌협상을 위한 ‘압박’의 용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해 개헌안이 마련되면 정부의 개헌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정부의 개헌안이 발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발 개헌안 발의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찬성이 55.5%, 반대가 41.2%, 모름·무응답은 3.4%로 나타났다(한국갤럽). 물론 정부가 무조건 ‘문재인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1일 정부발 개헌안에 대해 “청와대만의 독자적인 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확정하고 있지 않다. 국회의 합의 수준이나 속도에 따라,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발의를 해야 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필요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정부발 개헌안 발의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박은숙 기자
또한 임 실장은 “법률에 의해 날짜를 다 지킨다고 할 때 3월 말께에는 발의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도 국회의 합의 수준이 높아져 국회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발 개헌안 발의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수가 넘지만, 반대 여론 또한 높은 점을 미뤄볼 때 청와대는 발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구조 및 정부 형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4년 중임제를 주장해왔으며 여당인 민주당 또한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두고 “임기연장, 정권연장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국회 등으로 나누는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론만 확인했을 뿐 정확한 당론은 3월초에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아직 당 개헌안을 확정짓지 않았다.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한 권력구조는 ‘대통령제’였다. 이 가운데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꼽은 응답이 47.9%로 가장 높게 나왔고, 그 뒤를 ‘5년 단임제(27.6%)’가 따랐다. 이외에 대통령제가 아닌 ‘이원정부제’가 13.3%, ‘의원내각제’는 5.7%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현재 한국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당 지지자들은 정부·여당의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5년 단임제 33.8%, 4년 중임제 31.0%, 의원내각제 7.9%, 이원정부제 25.9%, 모름·무응답 1.5%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혼합형 정부형태가 42.6%, 대통령제(40.8%), 의원내각제(10.1%)로 조사돼 혼합형 정부형태와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혼합형 정부형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을 의미). 대통령 임기에 관해서는 혼합형 정부형태와 대통령제를 선택한 응답자 중 64.7%가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29.2%가 현행 5년 단임제를 선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조사 어떻게 했나 국회의장실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2월 12일 이날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3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의 ±3.1% 포인트, 응답률 14.3% 국제신문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2월 10~11일 부산지역 성인남녀 839명을 대상 95% 신뢰수준 ±3.4%포인트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2월 12~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