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복연 종교와 젠더 연구소 소장은 “종교인 성범죄 가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계에서 지위가 막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선학원 이사장인 법진스님은 2016년 8월 재단법인 소속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법진스님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범죄 방지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판결했다.
법진스님은 여직원을 불러내 차 안에서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했으며 승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술을 마시고 모텔로 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의 성폭력 근절과 성 평등 인식 개선을 위해 출범한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옥복연 종교와 젠더 연구소 소장은 “젊은 미혼 여성의 피해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종단에서 일하고 있는 신자”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가해자는 보통 종단 내 지위가 막강한 사람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네가 폭로해봤자 믿는 사람 없다’는 얘기를 한다. ‘경찰서장이랑 잘 안다’ ‘지역 판검사들과 친하다’는 말도 단골 멘트다. 그러니 젊은 여성들 입장에선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종교인 성범죄 가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다. 삼일교회를 개척해 ‘스타 목회자’로 떠오른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이 2010년 도마 위에 올랐다. 전 목사는 2004년부터 2009년 사이 목회실 안에서 여성 교인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고 예배 시간에 찬양 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의 성추행 사건 내막을 담은 책 ‘숨박꼭질’의 집필진은 “피해자들이 아이돌이나 마찬가지인 목사에게 맞설 용기를 갖기 힘든 것이 교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유형 모두 다양하다. 담임목사, 부목사, 전도사 등 목회자는 물론 장로들도 있다. 피해자들도 권사, 집사 같은 직분 여성 신도들은 물론 여성 청년과 미성년자들도 많다. 같은 직분 내 성폭력은 거의 없다. 위계질서에 따른 상하 관계의 전형적인 성폭력들이다”라고 꼬집었다.
종교인 성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바로 ‘믿음’이다. 옥복연 소장은 “종교인들은 ‘영적인 지도자’다. 심지어 ‘저 분의 말을 잘 들으면 수행도 잘 되고 사후에 좋은 곳에 갈 것’이라는 무한한 믿음을 갖고 있는 분도 많다. 처음엔 ‘스님이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도 영적 지도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그건 불교를 떠나겠다는 마음까지 먹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종교인 성범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도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피해자는 돌봄이 부족하거나 이혼 혹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등 사회 관계망이 부족한 아이나 여성들이 대다수“라며 ”가해 목회자들은 교회 봉사를 나오도록 부추기는 등 상황을 유도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관심과 관계를 맺고 아예 피해자와 ‘종속관계’를 만들어 버린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관심이 없으면 힘들어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피해자들은 가해 목회자의 관심이 절대적이다. 이 상황에서 가해 목회자는 범죄를 저지른다. 일부 피해자들은 본인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세뇌되는 것“이라며 ”그러다 가해 목회자가 질리면 대상을 바꾼다. 그럼 피해자들이 자신이 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상처를 받는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교계 성범죄 가운데 미성년자의 성폭력 사례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더욱 심각한 것은 어느 교단을 불문하고 피해자가 어렵게 문제를 제기해도 교단 내에서 사건을 은폐하거나 뭉개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조계종단 호계원(재판부 격) 호계위원(판사 격)으로 재직할 당시 H 스님은 여직원을 성폭행해 아이까지 낳게 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옥 소장은 “당시 성불연대 차원에서 ‘H 스님이 호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계속 문제 제기를 했으나 6개월 동안 조계종단이 사건을 뭉갰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사건을 처리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또한 2014년까지 전 목사 사건을 아예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러다가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마지못해 재판국을 꾸렸다.
내부에서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한 사이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겪는다. 김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드러내면 거의 대부분 교회는 피해여성을 꽃뱀이나 심지어 교회에 잠입한 이단으로 취급을 한다“라며 ”‘왜 목사를 유혹했냐’ ‘왜 늦은 시간 목사를 찾아갔느냐’ 등의 피해 유발론을 들이댄다. 대부분 다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은 가해 목회자의 1차적 가해보다도 오히려 교회 차원에서 가해지는 2차적 가해에 더 분노한다“라며 ”이것이 트라우마의 직접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들도 당시 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에게 ‘꽃뱀’과 ‘이단’으로 낙인찍혔다.
여전히 종교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사회법으로 응징하기란 쉽지 않다. 종교인을 신처럼 떠받드는 종교계 풍토 때문이다. 옥 소장은 “끝까지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단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며 ”안타깝게도 상담을 마친 뒤 ‘도저히 감당을 못 하겠다’며 상담을 철회한 경우도 있었다. ‘집 안 문제는 집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종교계의 분위기 특성 상 공개되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더욱 염려스러운 부분은 상당수 교단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여전히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의 문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성당 신부 A 씨는 여성 신자를 성추행해 논란이 됐다. A 씨는 피해여성을 껴안고 몸을 더듬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서울대교구 소속 한 사제 또한 여성 신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 된 바 있다.
이러한 교단 내 사건과 관련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미디어팀 관계자는 “천주교 성직자의 성추문은 몇 년에 한 번꼴로 벌어진다“라며 ”비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성직자라는 지위와 사건의 희소성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크게 이슈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건이 많았다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내적으로 성범죄 욕구를 갖고 있는 이들이 과도하게 도덕 윤리를 겉으로 강조하는 건 자신의 부도덕한 면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언더커버] 종교계 미투3(끝)-기독교·불교·천주교 처벌 규정과 실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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