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교계 최초로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의 피해 경험담 말할 것...추후 사례집 낼 것”
“피해자는 직분자부터 심지어 미성년자까지...가해자 중 모두가 알만한 유명목사도 있다”
[일요신문] 검찰 조직에서 시작된 한국판 ‘미투 운동’이 이제 문단을 넘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모두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적 특성이 있는 곳이었다. 이 같은 특성이 가장 뚜렷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종교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종교인들의 성추문은 사회적 문제로 회자됐다. <일요신문i> 탐사보도-언더커버는 미투 운동 발발 조짐이 있는 ‘종교계’를 집중 조명한다. 가장 먼저 국내 대표 기독교계 자성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이미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미투 열풍 속에서 지난 2월 10일부터 최근까지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의 제보를 접수받고 3월 2일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는 ‘말하기 대회’를 준비 중이다. <일요신문i>는 2월 21일 이곳의 김애희 사무국장과 마주했다. 그는 미투 열풍 이후 본 단체에 목회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엄청난 숫자의 피해자들로부터 제보 전화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말한다. “미투 운동 이후 이렇게 많은 제보가 올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진=최준필 기자
―단체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개소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했고, 오는 7월 개소 예정이다. 교계 내부에서 산적한 현안 중 하나가 교회 성폭력 문제였다. 지난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 우리 내부에서도 조직적 결단이 필요했고, 또 전병욱 목사 사건이 있었던 삼일교회 당회로부터 센터 운영을 위한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교단이나 교회가 아닌 한 독립기관에서 통합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기에 꼭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었다. 인적 구성도 필요하고 작업이 만만찮았다. 지금은 센터 홈페이지 작업 중이다.”
―과거 기독교 내 유사조직은 없었나.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산하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 하지만 재정자립 문제로 활동이 어려웠다. 또 여성들로만 구성됐기에 확산이 쉽지 않았다. 당시엔 피해자들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해 상담에만 집중했다. 다만, 당시 기록들은 소중한 자료가 됐다. 우리 센터 개소는 과거 상담소의 역할을 복구한다는 의미도 있다.”
(앞서 인터뷰 기사 본문에 언급된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측은 본지에 “본 상담소는 1998년 설립 이래,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상담소는 최근 교계 미투 운동 이슈와 관련해서도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성폭력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동시에 교단 및 교회를 향해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
―3월 2일 종교계 최초로 성폭력 생존자들의 ‘말하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3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처음 도입된 행사다. 성폭력 생존자들은 대개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비록 10~20년 전 겪은 사건이라도 일생 동안 수치심, 죄책감 속에서 산다. 이러한 생존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담을 청중 앞에서 ‘말하기’ 방식으로 의사 표현하는 것이다. 교계에서는 이번에 처음 이 형식을 빌려 시도하는 것이다. 생존자들이 가장 안정된 공간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진행할 것이다. 속에 담아둔 것을 말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시작일 수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3월 2일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는 ‘말하기 대회’를 예고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다. 우리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걱정이 많다. 최대한 말하기 대회에 나서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남성 출입을 통제하고 카메라, 스마트폰 등 기계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사전 수칙을 정하고 동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센터 개소 후 말하기에 나선 피해자들의 경험담, 또 다른 피해자들을 엮어 올해 안에 사례집을 낼 것이다.”
―지난 2월 10일부터 말하기 대회에 참가할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로부터 제보 접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지난 연말부터 우리가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간 후 많은 제보가 왔다. 특히, 올 초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우리가 놀랄 정도로 많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형사고소가 필요한 사건인데도 피해자가 꿈쩍을 안했는데, 최근엔 오히려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내가 뭘 하면 좋을까요.’라고 우리에게 묻더라.”
―최근 미투 운동 열풍이 이번 행사를 비롯해 교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이번 행사 역시 피해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준 것이다. 센터 개소는 7월이지만, 최근 미투 열풍 때문에 이에 앞서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 미투 운동 여파로 연락이 쏟아졌고, 피해자 스스로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접수 받은 피해자들의 사건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10~20년 전 사례부터 최근 일까지 있다. 가해자들도 담임목사, 부목사, 전도사는 물론 장로까지 다양하다. 같은 직분 내 성범죄는 거의 없다. 위계에 따른 전형적인 성폭력들이다. 또 피해자들도 집사, 권사 등 직분 여성들은 물론 여성 청년, 심지어 미성년자도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목회자도 있나.
“그렇다. 우리가 알만한 명망 있는 분들도 분명 있다. 사실 이들 중에는 이전부터 피해자들이 산발적으로 폭로했지만, 그 목소리가 응집되지 않아 사회적 반향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말하기 대회’가 끝나고 센터가 본격 개설된다면, 향후 계획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자정모임을 조직할 것이다. 그래서 집단 상담, 글쓰기 수업, 놀이 등을 통해 치유를 도모할 예정이다. 앞서 밝혔던 사례집 역시 피해자들이 직접 작성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교회나 교단의 대응 매뉴얼이 빈약하다. 있어도 관행적인 조직 논리에 따른 구색 맞추기 용도다. 피해자들이 직접 매뉴얼 작성에 참여해 이를 제안하는 가이드북도 발간할 계획이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사례 및 유형, 교단의 가해 목회자 처벌 문제에 대해선 ‘언더커버’ 후속 기사로 이어집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언더커버-언더커버는 <일요신문i>만의 탐사보도 브랜드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커버스토리를 넘어 그 안에 감춰진 안보이는 모든 것을 낱낱히, 그리고 시원하게 파헤치겠습니다. <일요신문i>의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