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 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심석희와 최민정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2월 22일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심석희 선수의 반칙으로 최민정 선수가 넘어지며 두 선수의 금메달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이를 지켜 본 전직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는 “일부 언론에서 ‘충돌’이라고 표현하지만 충돌과 ‘실격’은 다르다. 경기에서 심석희 선수의 유일한 접촉은 최민정 선수와의 접촉이었다. 심판진이 둘의 충돌 원인으로 심석희 선수의 반칙을 찾아 내 실격을 준 것”이라며 “최민정 선수가 밖에서 안으로 파고들 때 심석희 선수의 임페딩(Impeding) 반칙을 범해서 실격 처리됐다고 본다. 물론 승부욕이 빚어낸 의도성이 전혀 없는 반칙이다. 다만 두 선수가 나란히 같은 소속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심석희 선수는 한체대 소속이고 최민정 선수는 연세대와 성남시청 소속이다.
두 선수의 소속 때문에 미묘한 온도 차이가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민정 선수와 심석희 선수는 고등학교 때 한체대에서 훈련을 받으며 같이 성장한 선수였다. 한체대는 대학교지만 초중고 학생까지도 지도한다. 하지만 최민정 선수가 연세대로 진학하고 심석희 선수가 한체대로 진학하며 둘의 사이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최민정 선수의 독보적 행보가 한체대 코치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23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최민정 선수는 “심석희 선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석희 언니와는 서운한 부분이 있어도 특별히 얘기할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서이라 선수의 동메달도 누리꾼의 비판을 받았다. 누리꾼 일부는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서이라 선수가 경기 내내 앞으로 치고 달리려는 임효준 선수를 막아 선 걸 여러 날 걸쳐 비판했다. 개인 종목에서 욕심은 문제가 될 것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같은 팀이면 어느 정도 함께 나아가는 것도 좋지 않았느냐는 지적이었다.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준준결승에서 임효준 선수가 3위로 달리던 황대헌 선수에게 추월 기회를 열어줬는데 결승에선 진로가 겹치는 장면이 나왔다. 워낙 거리가 짧고 결승전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했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끼리 이런 상황을 만났다면 다른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익명의 옛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준결승에서는 임효준 선수는 중국 선수 뒤에서 2위를 달리고 있었다. 2명이 결승에 가니까 안전하게 그냥 가면 결승에 이를 수 있었다.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뒤를 막는 게 쉽다”며 “하지만 임효준 선수는 뒤에 같은 팀 선수인 황대헌 선수가 있으니까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중국 선수를 찔러서 판을 흔들었다. 그 사이 황대헌 선수가 파고들 수 있었다. 그런데 결승전에선 진로가 겹쳐 버렸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