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등 기존 거대 로펌보다 주목받고 있는 곳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문 대통령과 여러 인연으로 얽혀 있는 3곳의 로펌이다.
지난 1월 청와대 본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곳에서 두 대통령 외에도 지난해 6월 역대 두 번째 여성 법제처장인 김외숙 법제처장을 배출했다. 법제처장은 차관급이다. 김해영 국회의원도 사법연수원 시절 법무법인 부산에서 시보로 파견돼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김 의원도 문 대통령이 대선 출마하면서 예전 인연으로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악재가 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줄곧 1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법무법인 부산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근무하던 2005년에는 매출이 41억 원까지 오른 것을 두고 ‘현관예우’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참여정부가 MB정부로 바뀐 2009년 부산의 매출은 다시 14억 원선으로 떨어지면서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당시 법무법인 부산 측은 “단일사건 수임료로 거액을 받은 것이 아닐 뿐더러 수임 경위도 문 후보와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평은 2000년 진보 성향 변호사들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동료 변호사 10여 명이 설립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문 대통령의 ‘인재 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평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공직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큰 논란이 됐던 ‘탈원전 정책’ 이행을 맡을 얼굴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지평 대표변호사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촉됐다. 지난해 차관급인 관세청장에도 지평 출신인 김영문 전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김 청장은 2005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가 2012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조용환 변호사도 지평 출신이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KBS) 보궐이사로 추천해 선임됐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이유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도 지평과 인연이 있다. 이 전 후보자 남편이 부장판사를 지낸 지평 소속 사봉관 변호사다. 이 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1년 반 만에 ‘내츄럴엔도텍’ 주식투자로 재산을 12억 원 늘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의 귀재’, ‘유정버핏’이라는 비판을 받아 25일 만에 사퇴한 바 있다.
법무법인 해마루도 주목할 만한 곳이다. 1992년 해마루는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과 임종인, 이덕우 변호사 3인이 서울 서초동에서 해가 뜨는 산마루라는 의미로 ‘해마루 합동사무소’를 설립하며 탄생했다.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해마루에 전화를 걸어 합류 여부를 타진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마루는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많다. 양정철, 이호철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통하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해마루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김진국 해마루 대표변호사도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김 변호사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문 대통령과 함께 변호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도 법률자문 등의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김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던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마루 출신이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책을 집필한 바 있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인물로 꼽혔기 때문이다.
‘과거사 전문 변호사’로도 불리는 장완익 변호사도 해마루 출신이다. 장 변호사는 참여정부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14년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및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회적 참사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조사위원회에도 정세균 국회의장 몫으로 장 변호사가 추천됐다.
정치권과 법조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 본인이 법조인이고 언급되는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대개 진보적 가치를 갖고 있는 데다 참여정부를 포함해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속 변호사들이 요직으로 가고 있지만 로펌으로서는 매출이 더 중요하다. ‘실속’이 있었는지는 매출로 결과가 나온 뒤에 비교해 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