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보수의 성지’ 대구에 승기를 노리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핵심 변수는 바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그의 선택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 / 최준필 기자
홍준표 대표는 지난 1월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닌,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선거”라며 “대구는 저들(여당)에게 뺏겨서도, 넘겨줘서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의 자존심인 대구를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만약 민주당 후보가 대구시장으로 당선되면, 이는 한국당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한국당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3자 가상대결에서 김부겸 장관(민주당)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권영진 현 대구시장(자유한국당)은 23.2%,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20.2%로 그 뒤를 이었다.
‘영남일보’와 ‘대구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부겸 장관이 41.5%로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17.5%,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이 10.7%, 이재용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이 5.2%,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이 4.0%,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8%,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 3.1%, 임대윤 전 대구 동구청장이 2.4%, 사공정규 바른미래당 대구시당위원장이 1.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김부겸-권영진’ 양자대결에선 김부겸 장관이 57.0%, 권영진 시장이 32.8%로 나타나 큰 격차를 보였다. 이 외에 ‘김부겸-이재만’ 대결에서도 김부겸 장관이 61.4%, 이재만 최고위원이 27.6%로 나타났고, ‘김부겸-김재수’ 대결에서도 김부겸 장관이 59.5%, 김재수 전 장관(한국당)이 26.1%로 나왔다. ‘김부겸-이진훈’ 대결에서도 김부겸 장관이 62.1%, 이진훈 구청장이 23.7%로 그 누구와 대결을 해도 김부겸 장관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부겸 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수차례 내비쳐 왔다. 그는 그동안 “일각에서 대구시장 출마론이 나오는데 여러분께 다시금 분명히 말씀드린다. 행정안전부가 선거관리 주무부처인데 심판 노릇을 해야 할 제가 선수로 나가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면서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라고 저를 믿고 뽑아주신 지역구민 여러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가 이렇게 대구시장 후보직과 담을 쌓고 있지만, 지역 학계·언론계·문화·예술계는 김부겸 장관에게 대구시장 후보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지역 교수·언론 종사자·시인 등 99명이 참여한 단체 ‘김부겸과 더불어 대구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올해 대구는 드디어 변혁의 지도자를 뽑을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면서 “시대의 부름과 민심의 요구를 피하지 말고, 대구 변혁의 선봉에 서서 또다시 더불어 선거혁명을 일으켜 보자”고 입장문을 통해 출마를 요구했다.
보수의 상징인 대구는 민주당에서도 욕심을 내는 곳이다. 역대 민선 대구시장 중 11대 문희갑 전 시장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아닌 무소속이었고, 그마저도 12대 시장직을 연임하며 한나라당 소속이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당이 보수성향이 강한 곳에 깃발을 꽂는다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민주당은 김부겸 장관에게 시장 출마를 권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장관직과 의원직을 모두를 내던지고 대구시장 후보로 나선다는 것에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김부겸 장관만큼 상품성이 높은 후보를 민주당 내에선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심장’인 대구는 죽어도 사수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번 대구 지방선거 성적에 따라 홍준표 대표의 정치적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은숙 기자
실제로 앞서의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중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 결과에 따르면 김부겸 장관이 40.3%로 2위인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7.5%)과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대구 북구을에 지역구를 둔 홍의락 의원 또한 6.2%로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부겸 장관 본인이 불출마 의지를 밝혔다 해도 결국 정치적 상황 논리에 떠밀려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난 설 연휴 기간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설 인사 내용을 담은 두 개의 현수막을 내건 것을 두고 출마 거부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직 장관 신분인 그가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1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가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은 달랐다. 선관위 측은 “(현수막을 내건) 그 시점이 180일 이내에 들어가지만, 그 행위 시점에 김부겸 장관이 입후보 예정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때문에 오늘 현수막을 내걸고 내일 지방선거 출마 선언을 해도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김부겸 장관의 후보 출마 여부가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지지도에서 크게 앞서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여야의 선거 지형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김부겸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당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권영진 시장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현재 권 시장의 지지율은 한국당 내 다른 후보들보다는 높지만 김부겸 장관과 맞서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앞서의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대구시장 시정평가’에서 ‘잘하고 있다’가 39.3%, ‘잘못하고 있다’는 36.4%, ‘어느 쪽도 아니다’는 19.1%로 나타나, 대구시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국당은 결국 경선을 통해 권영진 시장 또는 이재만 최고위원 등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도 28%를 살짝 웃도는 수치에 불과해 김부겸 장관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대구시장직을 (여당에) 내주면 자유한국당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한국당이 빨리 문을 닫도록 좋은 대구시장 후보를 찾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구시장의 경우 저보다 훌륭한 후보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며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조사 어떻게 했나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2월 3~5일 대구광역시 거주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ARS 여론조사(유선 전화57%+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43%, RDD 방식,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무작 위추출)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3.6%. ‘대구 CBS’ ‘영남일보’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지난해 12월 25~27일 대구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4%p, 응답률은 4.0%(총 2만343명 중 810명 응답완료). 대상자 표집은 무선 70% 가상(안심)번호 프레임, 유선 3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RDD)방식.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