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의 어느 해변
DAY2 무이네-뚜이호아
숙소 레스토랑에서 호텔식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시간에 맞춰 개인 정비를 한다. 오늘 오전 중으로 무이네의 자랑인 붉은 모래 언덕과 하얀 모래 언덕을 지나가며 오후에는 화강암 지대인 해안선을 따라 목적지인 뚜이호아까지 약 350km를 달릴 예정이다.
숙소를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이네의 어업 지역인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선 가득 둥근 바구니처럼 생긴 전통 배가 정박해 있고 개중에는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고기잡이 모습이 보인다. 해안가에선 잡은 생선들을 손질하는 모습과 간단히 늘어선 어물 좌판도 볼 수 있었다. 활기찬 기운과 평화로운 느낌이 좋다.
피싱빌리지에서
무이네를 벗어나자 주변 풍경이 사막으로 바뀐다. 붉은 모래 언덕이 저 끝까지 펼쳐져 있다. 햇볕의 열기를 그대로 머금은 아스팔트 도로와 모래밭은 벌써부터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며 또 다른 라이딩 환경이 펼쳐진다. 마치 사막 같은 모래 언덕 너머로 푸른 해안선이 펼쳐지고 도로가에 심어놓은 야자수가 머리 위로 기분 좋게 그늘을 만든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반복되며 리듬감을 만든다. 엔진 필링과 가벼운 와인딩로드가 기분을 더욱 업시킨다.
스크램블러라면 역시 오프로드도 달려줘야 제맛
그렇게 라이딩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중 공안이 우리 일행을 불러 세웠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세우곤 꼬투리를 잡았다. 단속구간은 속도제한이 갑자기 50km/h가 되는 구간이었던 것. 속도위반은 기본으로 안전벨트 미착용 따위부터 면허증이나, 보험증서, 차량등록증 등 소위 건수 잡을 만한 것들을 면밀히 체크했다.
눈을 피하기 위해 트럭 뒤로 불러 노골적으로 검은돈을 요구했다
보통은 뒷돈을 쥐어주면 모른 척하고 보내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대형 바이크를 탄 외국인 팀인 우리 일행을 잡은 공안은 눈빛부터 달랐다. 녹화 중이던 액션캠을 일일이 체크하고 공안이 단속하는 영상은 모두 삭제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속도위반과 몇몇 꼬투리 잡을 사항 그리고 괘씸죄-우리의 현지인 로드 가이드가 처음에는 외국인 인척 영어와 한국어로 응대했다-를 적용해 베트남 노동자 치 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뒷돈으로 쥐어주고서야 일단락되었다.
빙히산 와인딩에서
뒷맛이 씁쓸했지만 이내 털어버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해 질 녘의 사막같이 펼쳐졌던 붉은 모래 언덕이 어느새 눈밭처럼 새하얗게 변한다. 외마디 탄성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온다. 저 멀리 이리저리 햇볕을 튕겨내는 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새하얀 사막이 펼쳐진다. 어쩌면 우주의 다른 행성쯤 와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속도를 줄이고 경치를 구경하며 한동안을 여유롭게 달렸다.
빙히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한참을 달리니 빽빽한 열대우림을 지나는 와인딩이 이어진다. 베트남에 이렇게 다양한 풍경이 있다니. 이국적인 풍경이 리드미컬하게 변하며 장거리 투어의 묘미를 더한다. 완만한 업힐 와인딩은 한동안 숲을 가로지르더니 탁 트인 해안절벽으로 향한다. 절벽에 붙어있듯 아슬아슬한 굽잇길을 지나며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화강암 바위 해안이 둥그렇게 바다를 품은 빙히만VIHN HY BAY이 펼쳐지고 저 멀리 희미하게 수평선이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다 시원하다.
DAY3 뚜이호아-호이안
투어 3일차 아침은 뚜이호아에서 맞이했다. 어느 한적한 지방 마을을 연상케 하는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다. 이제는 오전 출발 준비 시간과 동작이 제법 간결하다. 오늘은 베트남 중부를 통과하는 루트로 해안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진 해안도로와 산을 넘는 와인딩 로드 그리고 농경지대를 가로지르는 평야지대를 지난다.
주상절리 지형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첫 번째 목적지는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는 푸옌 갠다디아GANH DA DIA였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구불대는 좁은 도로와 농로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며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마을 길을 지날 때면 속도를 최대한 감속해야 했는데 집집마다 소나 염소 따위의 가축들을 아무렇게나 풀어놔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몰라 최대한의 방어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 막상 가던 길이 염소 무리에게 막혀 잠시 정차할 때면 오지 탐험 중인 어드벤처 라이더가 된 듯한 묘한 기분도 든다.
비포장도로를 다녀도 즐겁다
주상절리 지형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지표면에 흐르며 식게 되는데 이때의 과정에 따라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형성된다. 갠다디아는 바닷물에 용암이 급속도로 식으며 5각형이나 6각형 등의 다각형으로 굳어 형성된 지형으로 현무암 기둥이 벌집처럼 규칙적으로 붙어있다. 거기에 더해 파도라도 거세게 몰아쳐 주상절리에 부서지면 바위 사이사이에서 바닷물이 흘러내려 역동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늘은 날씨가 흐린 게 비를 피하긴 어려울 듯하다. 우의를 갖춰 입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해안에 인접했던 도로는 작은 마을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와 골목길을 지나 넓은 평원의 국도로 이어진다.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푸른 논밭이 얼굴을 드러냈다 가렸다를 반복한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땀은 별로 흘리지 않는 것이 라이딩 하기에는 훨씬 수월하다. 길은 마을에서 마을로 산에서 들로 이어지며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낸다.
길거리 카페에는 보통 해먹이 설치되어 편안히 쉬기 좋다
베트남에서 라이딩을 하다 보면 가장 반가운 것 중 하나는 길가에 있는 노천카페가 아닐까. 일반적으로 해먹이 설치된 곳이 많아 잠시나마 누워 쉬기에 좋은 것은 물론 가격까지 착해 일석이조. 주로 얼음을 넣은 카페 쓰어 다와 빠른 수분 흡수에 특효인 코코넛을 마셨다. 대부분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잠시간의 인터넷 서핑을 즐기기에도 좋고 찬물 세수와 함께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 좋다.
오늘의 목적지인 호이안으로 가는 마지막 길은 평온하다. 우천이 예보되어 서두른 탓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오늘의 코스를 복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물론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말이다.
도착! 이제 밥 먹으러 갑시다!
월간 모터바이크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