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재유포가 가능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를 영원히 공포에 몰아넣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는 교내 화장실에서 촬영된 몰카 영상이 음란사이트에 유포됐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학교 측에 알렸다. 학교 측 신고로 경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해당 영상은 12년 전 디지털 성범죄가 막 일어나기 시작하던 당시 큰 이슈가 됐던 영상이다.
이 영상을 촬영하기 앞서 범인은 2005년 서울 소재 A 대학, B 대학 등의 여자 화장실을 촬영했다. 2006년 초에는 동국대학교에서 몰카 영상을 촬영했고 다시 몇 달 뒤에는 경기도 소재의 C 대학에서도 몰카를 촬영했다.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며 휴대폰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고, 영상의 촬영 시간도 점차 늘렸다. 점점 대담해진 셈이다.
범인은 촬영이 이루어지는 특정 단과대학 건물 이름과 촬영일자를 비롯해 촬영 장소 유추가 가능한 강의실 수업시간표가 적힌 장면도 영상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대화장면이 영상에 담겨있어 그 지인이나 학교 학생들이 볼 경우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2006년 5월 일요신문에서 대학가 몰카 발바리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보도됐고 경찰의 수사도 본격화됐다. 이 즈음부터 몰카 발바리의 대학가 화장실 몰카 촬영 및 유포 행각은 중단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결국 몰카 촬영자와 최초 유포자는 잡히지 않았고, 단순 유포자들만 검찰로 송치됐다.
12년 전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다시 해당 사건 수사를 맡았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영상 삭제와 차단을 요청하고 동영상 게시자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유포자를 잡아내더라도 최초 촬영자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영상에 대한 처분을 내리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신고가 들어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우선 인터넷사업자에게 자율조치 처분을 내리고, 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처분을 결정한다. 영상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피해자는 일분일초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위원회가 조속한 처리를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점을 고려, 4월 내로 피해구제 업무를 전담할 팀을 새로 만든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수사 중에 있고, 그 과정에 따라 유포자, 나아가 최초 유포자까지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