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 4대 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사외이사를 교체한다.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에 맞춰 금융사들은 최근 최종 후보 추천을 조율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박정훈 기자
앞서 2월 13일 선임된 IBK기업은행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기업은행은 한국금융연구원 총무부장 및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전·현직 금융기업 임원과 교수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김 전문위원은 과거 금융노조 한국금융연수원지부 위원장을 맡아 ‘친노동계’ 인사로도 평가되는 인물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해둔 상태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전체 사외이사 3명 가운데 이용근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를 제외하면 모두 문 정부와 연결고리를 갖게 됐다.
KB금융은 지난 2월 23일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선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과 같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과거 장 실장, 최 원장과 함께 논문을 함께 집필한 인연이 있다.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9기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서울고검 검사 등을 지낸 뒤 200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연말 신설된 KB부동산신탁 부회장직에 ‘참여정부 인사’로 알려진 김정민 전 사장을 선임한 사례도 눈에 띄는 인사다.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친노 인사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출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KB금융은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상황이어서 주총 표대결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KB노조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권 교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사위이기도 하다. 앞서 KB노조는 지난해 11월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다가 부결된 바 있다.
KB금융의 3월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지 관심을 모은다. 연합뉴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사외이사 구성도 관심사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윤종남 의장과 송기진·윤성복·양원근·김인배·박원구, 6명의 임기가 이번 주총에서 만료될 예정이다. 윤종남 의장과 송기진·김인배 이사가 연임을 고사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여부도 최종 확정된다. 농협금융은 민상기·전홍렬·손상호·정병욱,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들도 최근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격인 비상임이사에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다수 선임했다.
금융사들은 과거에도 정권이 교체되면 정권의 힘이 강력한 임기 초반에 친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0년 발표한 ‘이명박 정권과 사외이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 274개 주요 기업 가운데 62개 기업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 상반기까지 친정부 인사를 사외이사에 앉혔다.
주요 기업 4곳 가운데 1곳이 사외이사로 친정부 인사를 앉힌 셈으로 분야별로 살펴보면 금융그룹과 금융회사는 33%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16%보다 2배나 많았다.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기업은 50%가 이명박 정권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근혜 정권 초반에도 KDB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친박 인사가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금융권의 채용비리 근절 등을 위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은 금융사들의 이 같은 코드인사 논란이 ‘외풍’에서 출발한 것으로 해석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난해 11월 연임을 확정짓자 금융당국 등 외부의 강력한 견제가 시작됐다. 셀프연임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은 채용비리 의혹 제기로 이어졌다. 신한금융도 과거 신한사태로 검찰 수사가 예고됐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검찰의 사정 칼날 앞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사외이사와 임원을 잘 뽑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항상 봐야 한다”며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총을 앞두고 대기업과 금융권이 친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데려오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