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평창올림픽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도 비자금 조성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7남매 중 3남(장녀 이귀선, 장남 이상은, 차남 이상득, 차녀 이귀애, 3남 이명박, 3녀 이귀분, 4남 이상필)이다.
조카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장녀 고 이귀선 씨의 아들 김동혁 씨와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는 다스 고철 판매 사업과 관련해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 씨,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이 전 대통령은 총 4명의 자녀(장녀 이주연, 차녀 이승연, 3녀 이수연, 장남 이시형)가 있다. 이상주 전무는 장녀 이주연 씨의 남편이다.
우선 김윤옥 여사는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이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명품 쇼핑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을 검찰에 고소하며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도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또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대선기간) 엄청난 실수를 했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상대에게)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줬다”고 폭로했다.
아들 이시형 씨는 다스 비자금 조성 개입 혐의와 다스로부터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 지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사위 이상주 전무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의 돈을 받아 이상득 전 부의장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신은 중간에서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 가방 속 돈의 액수와 사용처 등은 모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해왔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약점을 정확하게 찌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 한 관계자는 “이 전무와 잘 아는 사이인데 의혹이 불거진 후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나중에 다 이야기 해주겠다’며 해명을 내놓지 않더라. 현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가 돈을 받아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 전달자라고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 의혹은 국정원 특활비와 다스 소송비 대납, 인사청탁 자금까지 더해 어느 새 1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당초 불구속 수사를 생각하고 있던 검찰도 최근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전 대통령 본인뿐만 아니라 일가족들까지 줄줄이 구속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아직 이 전 대통령 본인이나 일가족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응원하던 여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가 연속해서 드러나면서 지지율 고공행진에 큰 도움이 됐지만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2명을 동시에 구속시킨다는 것은 정권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야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들 아닌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김영삼 정부가 결국 사면을 해줬다. 그만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처벌은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일이다. 적당히 덮으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끝까지 가면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이 강해져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사건 초기에는 민주당 내부에서 ‘이 전 대통령은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수사와 관련한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여권 인사들의 언급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탓도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의 결집과 역풍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민주당 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역풍이 불까봐 걱정했는데 별다른 영향이 없지 않았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 것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았다”면서 “전직 대통령 2명을 동시에 구속시킨다는 것이 정권에 부담일 수 있겠지만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인데 여권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월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구속수사에 찬성하는 비율은 67.5%로 나타났고 반대는 26.8%였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소환조사한 사람이 100명쯤 되지 않나. 정상적인 수사라고 할 수 있나. 문재인 정권이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일가족과 관련한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자 다소 움츠러든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발표한 성명에서는 사과내용을 전혀 담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참모들 사이에서는 어찌됐든 여러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친형에 이어 부인과 자녀로까지 수사가 이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이 전 대통령도 가족이 연이어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한 관계자는 “일가족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께서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면서도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