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그런데 서귀포지서가 입주한 홍은프라자는 MB 자금 관리인인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소유한 건물로 MB 차명 재산이란 의혹을 받는 곳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홍은프라자가 위치한 강정동 땅(5700㎡)은 2010년 고 아무개 씨에서 김 전 사장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초 토지 지목이 과수원이었던 강정동 땅은 2016년 6월 상가용 건물 신축이 가능한 대지로 토지 지목이 변경됐다. 같은 달 김 전 사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 회사 홍은을 통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총 면적 3964.44㎡)의 홍은프라자를 준공했다. 그리고 이 건물에 국세청 세무서가 임차인 자격으로 입주한 것이다.
국세청은 홍은에 지난 1년간 억대 임대료를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소 이전이 어려운 관공서 특성상 앞으로도 홍은은 국세청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감정원이 공개하는 지역별 임대료 통계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중대형 상가의 100㎡당 평균 임대료는 126만 원 수준이다. 관공서 유치에 따른 신규 상권 생성과 건물 가치 상승은 덤이다. 김 전 사장은 자신의 아내 고 아무개 씨와 함께 홍은프라자 인근 땅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부동산엔 각각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사장은 자신이 MB 차명 재산을 관리해 온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MB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홍은에 국세청이 세금을 동원해 수익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홍은프라자에는 다스 주거래은행인 A 은행도 입점해 있다. 국세청은 “MB 차명 재산인지 몰랐고,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해 입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세청 로고
앞서 ‘일요신문’은 지난해 10월 ‘[단독] 이명박 아들 이시형 제2의 다스 설립 확인’ 기사를 통해 회계상 다스 하청업체인 에스비글로벌로지스가 2016년 한 해 동안 1485억 원을 다스에 지급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다스는 뒤늦게 정정공시를 냈는데 앞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1485억 원을 바로 잡지 못한 것은 당시 세무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과 연결된다. 한 공인회계사는 “(다스) 회계법인이 저지른 오류라고 하더라도 이를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스 안팎에선 국세청의 다스 정기세무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게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기세무조사를 받으면 보통 4~5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는 점을 이용해 일종의 ‘예방주사’를 놔준 것이란 얘기다. 대기업 관계자는 “현 정권과 가까운 기업을 임기 말 조사해 다음 정권이 쉽사리 건드릴 수 없도록 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016년 12월 착수한 세무조사는 간부급 직원도 모를 만큼 조용히 끝났다”며 “추가 납부한 법인세 액수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다스는 회사 매출이 3배 이상 늘고 자산 규모도 4배 이상 급성장했지만 납부한 법인세 변동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다스는 77억 원의 법인세 등을 납부했는데 회사 매출이 4000억 원 이상 증가한 2012년 법인세는 96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 2년간 다스가 지출한 법인세 비용도 90억 원에 머물렀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봐주기 세무조사’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추가 납부한 법인세를 확인하는 지표인 다스의 ‘법인세 추납액’은 단 한 번도 10억 원을 넘지 않았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옛 다스 세무조사 당시 두꺼운 책 가운데를 오려 현금을 넣고 밀봉한 뒤 직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MB 주요 차명재산 의혹 리스트> 1.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MB 큰형 이상은 2. 서울 은평구 진관동 아파트와 땅: MB 여동생 이말분 3. 서울 용산구 이촌동 상가: MB 조카 김동혁 4. 경기 부천시 공장부지: MB 조카 김동혁 5. 경기 가평군 설악면 별장: MB 처남 고 김재정 6. 경기 화성시 우정면 땅: MB 처남 고 김재정 7. 대전 유성구 용계동 땅: MB 처남 고 김재정 8.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임야: MB 처남 고 김재정 9. 충남 당진군 송산면 임야: MB 처남 고 김재정 10. 경북 군위군 산성면 임야: MB 처남 고 김재정 11. 경북 경주시 신평동 상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측근 최OO 12.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땅과 상가 :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부인 고OO, 권OO 등 13.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 땅과 건물: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