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박 후보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연녀여서 비례 공천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며 “그 여성분은 2009년 입당해서 공주지역원회 여성국장을 맡는 등 당에 헌신한 분이다. 그런 경력으로 비례공천 1번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2005년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2016년 이혼절차에 들어가 2017년에 이혼이 확정됐다. 김영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현역 공주시 비례대표 시의원이다. 9일 박 후보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대 총선부터 호감을 가졌다. 재혼을 정하거나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앞서 인터뷰에서 “아내와는 11년 전부터 별거를 했고, 관계 회복이 어려워서, 결국 지난해 9월 합의 이혼을 했다”고 밝혔지만 “간통죄가 있을 당시에는 물론이고 폐지 이후에도 민·형사적으로 단 한 차례도 송사나 조사, 내사에 휘말린 적이 없다”고 덧붙여 최소한 이혼 이후 교제를 시작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말했다. 또한 9일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20대 총선부터 즉 2016년부터 호감을 갖고 있다고 명확히 시점을 밝혔다.
박수현 후보는 2012년 11월 ‘착한작은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했고, 이 도서관 관장을 김영미 시의원이 맡았다. 뉴시스 보도 캡처.
하지만 박 후보의 말과 달리 박 후보가 4~5년 전부터 김영미 공주시의원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충남 정치권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김 후보가 말하는 기간보다 훨씬 이전인데다 당시에는 아직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를 시작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공직자 윤리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충청남도 출신 의원은 “일주일 전에도 박수현 후보가 찾아와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는 4~5년 전부터 김영미와 자신이 결혼할 사이라고 꾸준히 말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망했다”며 “이혼과 결혼의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사이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사연도 있다. 지난 2012년 공주시에 ‘착한작은도서관’이 개관됐다. 박 후보가 ‘평소 산성시장 상인들 중에서 생계가 어렵거나 부부가 맞벌이라서 아이들 공부를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를 보고 ‘시장 근처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도서관 관장을 김영미 시의원이 맡았다.
9일 박 후보의 인터뷰가 공개된 뒤 박 후보 전 부인 박 아무개 씨는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최초 의혹을 제기한 오영환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 씨의 주장에 대해 “모두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오 씨와 전처의 주장도 앞서 의원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셈이다.
한 충청권 소식통은 “솔직히 박 후보가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 박 후보 아이가 장애가 있었는데 10년 전 쯤 사망했다. 당시 생활도, 아내 얼굴 보기도 너무 어려워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다 다시 합치려고 했는데 별거를 너무 오래 하다보니 다시 만나서도 도저히 재결합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혼도장을 찍었다”며 “그때 힘든 시기에 같이 하던 여성이 김영미 시의원이다. 지금 이야기도 4~5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라고 귀띔했다. 앞서의 충남 출신 의원도 “박 후보 아이가 장애가 있었고, 김 의원 아이도 장애 아이가 있어 연결고리가 됐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충남지사 후보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옛 직장인 청와대나 민주당에서 손을 내밀어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원래 박수현 후보는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끈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계열이지만 색채가 옅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충남 출신에다 색채가 옅은 박 후보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선거를 돕게 했다. 출신은 민통련이지만 코어가 아니고 안 전 지사와 친분이 있지만 금강팀은 아닌 중간지대라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줬던 것”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박수현을 쳐내기 위한 기획’으로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이지만 불똥이 튄 건 맞다. 다만 (중간지대다 보니) 민주당이나 청와대에서 박수현의 손을 잡아 주리라곤 기대치 않는다”고 말했다. 언급된 금강팀은 친노 1세대로 불리며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가 꾸려졌던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 몸담고 일했던 인사들을 이르는 말이다. 염동연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강철, 유시민 전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요신문’은 이에 관한 박수현 전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을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