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돌입하는 KIA 타이거즈. 사진=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일요신문] 2018 프로야구가 13일 시범경기 개막을 시작으로 봄 기지개를 켠다. 리그 개막이 곧 야구의 시작은 아니다. 이미 10개 구단은 지난 1월부터 전지훈련에 돌입해 시즌을 준비해 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즌 전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각 구단별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한 시즌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절차다. 이 기간을 통해 신인급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도 하고 감독이 일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대개 1차와 2차로 나뉘는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구단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오키나와는 단연 스프링캠프지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가까운 거리, 낮기온 23도 내외의 따뜻한 기후, 이질적이지 않은 문화 등이 터를 잡는 데 장점으로 거론된다. 오랜 기간 스프링캠프지로 사랑받아 왔고, 일본프로야구(NPB) 구단들도 이곳을 자주 찾기에 훈련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올해도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등 프로야구 10구단 중 자그마치 6개 구단이 이곳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NPB에서도 라쿠텐 이글스, 주니치 드래곤즈, 요미우리 자이언츠, 니혼햄 파이터스, 한신 타이거즈, 히로시마 카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등이 오키나와를 선택했다. 리그를 가리지 않는 이들 간의 연습경기를 ‘오키나와 리그’라고 불릴 정도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일본 오키나와 현지를 찾아 프로야구 구단의 시즌 준비 과정 등 스프링캠프의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스프링캠프 현장의 뜨거운 취재열기. ‘리틀쿠바’ 박재홍 해설위원(가운데 뒷모습)도 장비를 챙기는 등 분주하다.
오키나와에선 많은 팀들이 몰린 만큼 각 언론사의 취재열기도 뜨겁다. 각 팀들이 자리잡은 야구장 한편에는 방송사 차량과 장비들이 늘어서 있다. 훈련을 마친 선수와 코칭스태프로부터 말 한 마디라도 담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LG 트윈스가 훈련장을 차린 이시카와 구장도 마찬가지였다. 각 언론사들은 훈련장 주변 ‘좋은 배경’에 자리를 잡아 카메라를 세워 놓고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을 불러댔다. 반복적인 질문에도 기꺼이 자신들의 생각을 쏟아냈다. 구단 관계자가 또 다른 언론사를 소개하자 “또 남았냐”는 애교섞인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해외 체류비는 구단뿐만 아니라 언론사에도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최소한의 인원이 현장에 파견됐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카메라와 함께 훈련장을 찾았다. 그는 선수시절엔 ‘리틀쿠바’로 이름을 떨쳤지만 촬영 이후 스태프들과 함께 뒷정리를 거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오키나와에서도 이어진 우천 취소
캠프 막바지에 접어드는 3일은 각 구단들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른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져 야구경기를 치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삼성, LG, SK 등이 자리잡은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앞바다에서는 성난 파도가 일렁였다.
SK 와이번스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
SK는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이들을 붙잡고 잠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앙헬 산체스는 올해 새롭게 SK에 합류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었지만 SK가 바이아웃을 지급하며 데리고 온 선수다. 연습경기 과정에서 각팀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팀에 안착한 비결로 동료 선수들을 꼽았다.
“KBO 리그는 처음이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주장인 이재원 외에도 박정권, 서진용 등이 특히 많은 도움을 줬다. 이제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다.”
SK 팬들은 이번 시즌 그 어떤 영입보다도 손혁 코치의 합류를 반겼다. 팬들은 손혁 코치가 이끄는 투수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 대해 “선수들이 그간 몸을 잘 만들어왔기에 순조롭게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시합에 나서기 위한 실전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SK가 기대되는 이유는 ‘에이스의 귀환’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108승의 김광현이 오랜 재활기간을 거쳐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손 코치는 그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미소를 띠며 “몸상태가 좋다. 재활 선수는 항상 걱정이 되지만 이미 구속 150km/h가 나오고 변화구를 던질 때도 팔에 부담이 없는 것 같다. 기대는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날씨 변덕에도 태연하게 대처한다. 이들은 오키나와에 직접 투자해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구단이다. 체력단련장 이외에도 실내에서 타격이나 수비훈련을 할 수 있는 실내 연습장이 갖춰져 있다. 이날 역시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LG는 이시카와 구장에 자리한 체육관 등 시설에서 오전만 훈련을 진행했다. 오후부터는 선수들에게 휴식이 주어졌다. 오전 훈련을 마친 김현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메이저리그에서 LG 트윈스로 KBO 리그에 복귀한 김현수.
김현수는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두산 베어스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 두산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게 됐다. 이에 대해 “훈련하는 데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LG 선수들을 많이 모르다보니 분위기 면에서 차이점은 있다”고 말했다. 어색함을 풀어준 이는 투수 차우찬이었다. 그는 “차우찬과는 친구 사이고 원래부터 친했다. 지금도 룸메이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엔 KBO 리그의 전설 이승엽이 연습장을 찾아 김현수에게 “잠실에서 30홈런 쳐야 하지 않겠나”라며 농담섞인 격려를 건넸다. 김현수는 이에 대해 “기대는 항상하고 있다. 30홈런 같은 구체적 수치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팀의 좋은 성적을 더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류중일 감독도 “김현수가 해줘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스프링캠프 휴식일 풍경
대부분의 팀들이 9일을 전후로 귀국 일정을 잡았다. 자연스레 4일은 오키나와에서 갖는 마지막 휴식일이 됐다. 오키나와에서 맞는 마지막 휴식일, 선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숙소로 돌아가는 LG 트윈스 선수들.
휴식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쇼핑을 빼놓을 수 없다. 차로 30분 정도를 달리면 쇼핑센터나 아울렛, 백화점이 몰린 도심지에 다다를 수 있다. 특히 기혼자, 자녀가 있는 선수들은 가족 선물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코칭스태프는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인 오키나와는 골프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코칭스태프들은 시즌을 앞두고 마지막(?)라운딩을 즐기며 의기투합하는 시간을 갖는다.
9일을 전후로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는 국내에서 짧은 휴식을 즐길 새도 없이 시범경기가 이어진다. 13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는 10개 구단이 각 팀별로 4개 팀과 2차전씩 8경기를 9일간 치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정규시즌 일정이 조정되면서 시범경기를 줄인 탓이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각자가 꿈꾸는 올해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2018 프로야구 시즌이 기다려진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17년째 거짓말, 이번엔 꼭…’ LG 트윈스 주장 박용택 현지 인터뷰 2018 시즌 LG 트윈스 주장을 맡은 박용택 LG 트윈스는 올해 주장으로 간판 타자 박용택을 낙점했다. 이미 주장 경험이 한 번 있었던 박용택에게 재임명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며 분위기를 바꾸려는 LG에 주장 적임자는 박용택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박용택도 팀을 위해 이를 기꺼이 떠안았다. 역대 최고령 주장 기록을 세우게 된 그에게선 책임감이 느껴졌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박용택을 지난 3일 만나봤다.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17년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감독님이 새로 오셨기 때문에 팀을 알아가는 단계가 있었고 선수들도 감독님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여러 가지 설렘, 긴장감이 있었다. 분위기 좋게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 ―3000안타 기록을 목표로 언급한 적이 있다. “(손사래를 치며) 아직 4~5년은 꾸준히 쳐야 한다. 다만 올 시즌 내 이변이 없다면 양준혁 선배님의 최다안타 기록(2318개)을 넘을 것 같다(현재 박용택 기록은 2225개). 양준혁 선배님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은 일이고 영광스럽다.” ―지난 시즌 팀 타격이 부진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작년과 재작년은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은 시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 선수들이 이제 올라올 때가 됐다. 올해는 김현수도 영입됐고,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도 새로 왔다. 좋은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친한 선배인 이병규 코치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이전과 어떤 점이 다른가. “이병규 코치님이… 코치님 소리가 아직 입에 잘 안 붙긴 하다(웃음). 앞으로 1군에 있을 텐데 감독님도 병규형, 아니 코치님한테 원하는 부분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 가교 역할이다. 병규 코치님도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코치님이지만 아직은 선배님 같은 느낌이 어린 친구들한테도 있다. 그런 역할을 잘 해줄 것 같다. 기대된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올해 17년째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많지만 꼭 해야하는 게 하나 있다. 17년 동안 우승을 못해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앞으로 길지 않은 시간 꼭 우승을 해야 한다. 팬들에게도 17년째 거짓말을 해왔는데 올해는 정말 우승해서 가을에 다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