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조짐 뚜렷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전월대비 0.11% 하락했다. 8·2대책이 나온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낙폭은 지방(-0.13%), 수도권(-0.1%), 6대 광역시(-0.09%) 순이다. 서울도 전월 대비 상승폭이 0.21%에 그쳤다. 1월의 전월 대비 상승폭(0.61%)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강남구는 1, 2월 연속 떨어졌고 송파구는 2월 들어 하락 반전했다.
최근 역전세난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박정훈 기자
서울은 갭 투자자들이 내놓는 전세 물건이 늘고 있지만 수요는 부족한 ‘수급 불균형’이 뚜렷하다. 수도권은 입주 물량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5월까지 수도권 입주물량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3만 6000가구에 달하면서 공실에 따른 전세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심상찮은 매매가
한국감정원의 3월 첫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지난 조사(0.21%) 때보다 상승폭이 0.09%포인트 둔화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13일(0.09%)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최근 7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데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잇달아 강화되면서 호가를 낮춘 매물이 조금씩 증가하는 분위기다.
분양권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2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모두 130건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작년 동월(430건) 대비 70%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6·19대책으로 서울 등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선 새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된 결과다.
#집값 조정의 신호(?)
올 부동산 시장의 분수령은 4월이다. 8·2대책의 핵심인 양도세 중과세가 4월부터 시행된다. 새로운 민간임대주택제도도 적용된다. 양도세 중과세 탓에 그간 많이 오른 아파트일수록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간임대주택등록이 늘면서 전세 공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대출규제로 주택 구입 여력은 전반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공급은 늘지만 매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현재 분위기는 2006~2007년 정점을 찍을 때와 비슷한 흐름”이라며 “투자수요가 많아 전셋값보다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곳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
대출규제와 금리상승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갭투자 매력이 줄었지만 자금여력이 있는 이들은 유망지역 중심으로 장기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인기지역의 경우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을 반영해 전세보다 매매를 택하려는 실수요도 몰리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전세가격 상승폭을 보면 강남4구가 4.88%, 강북이 2.39%에 달한다. 마포, 용산, 성동 등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지만 그간의 높은 상승률과 강화된 규제환경을 감안하면 부진하다고만 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곳이 과천이다. 재건축이 한창 진행되며 매매가는 올 들어 2월까지 4.69% 상승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강남 새 아파트 공급이 지연된 수혜를 누리는 셈이다. 분당의 5.04%에 달한다.
규제권 밖 경기도 일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교통 여건이 좋아지고, 대기업 공장 이전 등의 호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서울 전세수요자들 중 내 집 마련을 위해 경기도 분양권을 사는 이들이 늘었다고 건설사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서울 분양권 거래시장이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기도 분양권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2월 경기도에서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화성시다. 한 달 동안 1161건이나 거래됐다. 작년 동기(586건) 대비 2배(98%) 증가한 거래량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