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밴드 ‘사내소동’ 멤버 가운데 단 둘뿐인 여성 회원. | ||
거창하게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이라는 ‘잃어버린 취미’를 찾아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직장인들이 있다. 바로 ‘직장인밴드주식 회사원들’. 그들은 아주 특별한 이 회사에 ‘경비실’, ‘사내소동’ 등 역시 회사이름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4개의 부서를 차리고 정열을 다 바쳐 노래한다.
직장인밴드주식회사(직밴)의 출발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을 좋아하는 직장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복개천’이란 밴드를 만든 것. 이 아마추어 직장인밴드의 출현은 곧 같은 취미를 공유한 많은 직장인들을 자극했고 경기도 성남의 한 허름한 건물 지하로 이들을 모이게 했다. 그렇게 식구가 늘어나면서 하나둘씩 팀도 더 생겼다. 사정상 팀이 해체되기도 하고 또 다시 결성되기를 거듭, 현재는 ‘경비실’, ‘A.W.O.L’, ‘사내소동’, ‘펑키스트라이크’ 등 4개 팀 23명이 활발히 활동중이다. 온라인 회원은 3천 명이 넘는다.
▲ 음악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준다. ‘펑키스트라이크’의 드러머. | ||
A.W.O.L은 직밴에 와서 연주를 배운 사람들의 모임이다. 출발은 미약했으나 열정적인 노력으로 꽤 ‘잘나가는’ 팀이 되었다.
사내소동은 스스로를 ‘비주얼밴드’라고 말한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진지영씨(33)는 “실력이 없어서 무대의상이나 퍼포먼스로 승부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이 팀은 직밴에서 유일하게 두 명의 여성이 활동하고 있다.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직밴에서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로 비주얼하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펑키스트라이크는 현재 건반 담당이 빠져 고민이다. 블루스와 정통메탈을 선호하는데 고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실력 있는 밴드다.
연습시간은 팀별로 요일이 정해져 있다. 확실히 약속을 해놓지 않을 경우 팀 간 연습시간이 겹쳐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연습이 있는 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참석하는 편이다. 한 번 모이면 4시간 이상씩 연습하는데 그 시간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특히 공연이 다가오면 조급증이 생겨서 밤을 새기도 한다 .
▲ 직장인밴드 ‘펑키스트라이크’ 멤버들이 연습중이다. | ||
팀원들은 형제 이상의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다. 보통 연습이 끝나면 팀원들끼리 친목의 자리를 갖는다. 팀원들은 이 시간을 ‘합주 연습 후의 또 다른 합주(合酒) 시간’이라고 한다. 술잔을 기울이면서 기쁨과 슬픔을 서로 공유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팀워크를 다지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간이라고 직밴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직밴의 공연이나 연습 장면을 보면 음악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여느 프로들 못지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본업은 직장인이다. 펑키스트라이크에서 드럼을 담당하는 이승재씨(31)는 “취미는 취미고 일은 또 일”이라면서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좋아하는 음악으로 푸는 것일 뿐”이라고 직밴의 성격을 단정했다.
이 순수한 아마추어밴드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열려 있다. 단 양은 냄비처럼 쉽사리 식어버리는 사람은 사절이다. 마스터를 맡고 있는 모경원씨(34)는 “음악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직밴은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직밴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직장인밴드(http://www.freechal.com/hobbyband)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