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현 KB증권)의 취업비리 의혹에 대한 진정서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출돼 논란이 예상된다. KB증권 건물 간판. 사진=박은숙 기자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KB증권의 취업비리 의혹에 대한 진정서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출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진정서에서 문제를 제기한 취업비리는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기 전 현대증권에서 벌어졌다.
현대증권은 공개매각 한 달 전인 지난 2016년 2월 ‘채용형 인턴사원’을 모집했다. 채용형 인턴은 인턴기간 동안 실무를 배우며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받고,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현대증권에서 이러한 직원 채용은 처음이었다. 현대증권 측은 “인턴사원은 1년 동안 현업에 배치돼 교육 및 실무연수를 실시하며,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모집을 통해 20여 명의 인턴직원을 채용했다. 현대증권 측에 따르면 이들은 1년 뒤 96%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이들 인턴직원 중에 당시 그룹 회장의 친인척 A 씨와 당시 현대증권 사장의 친인척 B 씨 등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금융권 고위직 인사들과 관련된 이들의 이름이 다수 올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한 진정인은 “그러한 채용은 당시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동의되지 않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특혜 입사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KB증권 입사자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 불법행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정서에는 ‘현대그룹 숨은 실세’로 알려진 황 아무개 전 대표가 다른 계열사에 있던 C 씨를 2012년 10월 현대증권에 특혜로 입사시킨 일도 있다고 적시돼 있다.
당시 현대증권 노조는 C 씨의 입사 경위에 대해 듣고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으나, 윤 사장이 노조의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했다고 한다. 윤 사장은 황 전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윤 사장이 현대증권에 대표이사로 온 것도 황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청년일자리 마련의 일환으로 채용형 인턴을 공개모집으로 진행,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21명을 채용했다”며 “청탁에 의해 채용이 이뤄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인사팀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특혜채용 문제가 증권사에도 옮겨 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