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1차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평화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얻게 되는 혜택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먼저 비교섭단체에 비해 교섭단체는 국회에서 발언권이 비교할 수 없이 세 진다. 임시국회, 정기국회가 열릴 때면 대표는 언론에서 주목하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섭단체는 모든 위원회에 간사 1인씩을 파견할 수 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쟁점 법안을 논의하거나 의사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상임위원장도 노릴 수 있고 교섭단체간 논의에도 참여해 본 회의에서 영향력도 커진다. 즉 국회 내에서 실질적인 ‘파트너’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1개 당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정당 국고보조금이 우선 지급되는 혜택이 있어 현재보다 10억 원가량 더 받을 수 있다. 물론 현재 논의되는 평화당, 정의당 교섭단체는 합당 수준이 아닌 공동 교섭단체여서 조건에 해당이 안 돼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어쨌건 공동 교섭단체가 성사되면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만든 선진과 창조 모임 이후 10년 만이다.
평화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5일 평화당은 국회의원 ·핵심당직자 워크숍에서 정한 공동교섭단체 제안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6일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이 같은 제안을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속전속결의 배경으로 ‘공동교섭단체로 영향력, 발언권이 커지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냐’는 판단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 내부에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에 응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엇갈리는 의견이 너무 많아 보인다. 평화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너무 빠르다고 하는데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 신고리 원전 중단도 다르다. 비정규직 문제도 일치하지 않는다. 당 내에서는 평화당과 합치느니 우리 목소리를 지키자는 의견이 주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평화당이야 비교섭단체가 처음이라 교섭단체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지만 정의당은 지금까지 계속 비교섭단체였다.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미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시 배정되는 정책연구위원 비율까지 계산해 놓은 평화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또한 평화당이 만장일치로 공동교섭단체를 의결했다고 하지만 불안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의 아젠다 선점능력, 이슈파이팅이 워낙 세니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오히려 의석 수가 배로 많은 평화당이 ‘먹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평화당 내에서도 선거와 상관없이 꾸린 공동교섭단체라지만 하나로 묶이게 되면 여러모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데 ‘게릴라’전에 능한 정의당이 아젠다를 독점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1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가닥을 잡고 17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하지만 앞서 의견을 종합해보면 부결될 가능성이 꽤 높은 셈이다. 평화당 뜻대로 10년 만에 공동교섭단체가 만들어질지 아직 확신하기 이른 이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