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벌룬은 외국 클럽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국내에 상륙해 서울의 몇몇 주점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환각 효과가 있음에도 당시에는 국내에서 합법이었던 터라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해피벌룬을 불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10초간 취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통상 수술용 마취제로 쓰이는 아산화질소를 유사 환각제처럼 사용하는 것.
아산화질소를 오남용할 경우 호흡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에서 한 남성이 ‘해피벌룬’을 흡입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했다. 개정안을 통해 흡입 목적으로 이를 소지 및 판매,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다. 아산화질소가 든 해피벌룬을 판매하거나 소지,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 등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의 대상이 된다.
환각물질로 지정된 아산화질소가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오픈마켓 홈페이지 캡처.
현재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에서 휘핑가스를 검색하면 여러 상품 목록이 제시되며 별다른 인증이나 규제절차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일부 상품은 “아산화질소를 직접 흡입할 경우 중추신경 억제 및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외 목적 시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경고문을 상품설명란에 게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고문은 상품 구매에 제약을 주는 것보다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해피벌룬 유경험자인 A 씨는 “휘핑가스를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해도 오픈마켓이라는 이유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상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오픈마켓’이라는 플랫폼 특성 때문이다. 오픈마켓은 플랫폼 사업자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플랫폼에 올려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판매가 불가한 상품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를 중지시킨다. 하지만 수많은 상품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휘핑가스 판매 문제로 지적을 받은 뒤 이를 상품 목록에서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휘핑가스를 판매되고 있다. 판매 금지 상품 판매로 지적을 받은 뒤 온라인 몰이 스스로 시정조치를 취해도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오픈마켓들은 매번 사후 대책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금지 상품 판매로 문제가 발생해도 오픈마켓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번가는 상품 결제 마지막 단계에 “11번가 운영사인 SK플래닛은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며, 개별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정보 및 거래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유해물질 판매에 대한 관리는 소홀하지만 법적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만 급급한 모양새다.
11번가 관계자는 “국내 판매금지 상품의 경우 해당 키워드로 상품이 올라오면 아예 판매 리스트에 등록이 안되게끔 시스템이 되어 있다”며 “모든 상품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