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면세점 건물. 박정훈 기자
신세계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납부한 법인세는 물론 그에 따른 금융이자,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을 돌려받는다. 대형로펌 선임 비용도 보상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대기업에 세금을 물릴수록 대형 로펌이 돈을 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세 소송 시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일부 대형 로펌이 독과점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015년 KB국민은행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4000억 원대 세금을 돌려받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원고인 KB국민은행에 패소한 중부세무서는 신세계 세금 소송에서도 피고로 지정됐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3~2016년 기준 납세자(대기업 포함)가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환급받은 금액이 6조 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대기업의 조세 불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신세계에 법인세를 부과하면서 가산세도 추가 징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세는 기업(법인)이 성실한 과세 신고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징벌적 세금이다. 국세청이 신세계에 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2011년 신세계의 법인 분할에 원인이 있다. 법인세가 발생한 시점도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세계는 2011년 인적분할을 통해 백화점 사업 부문(㈜신세계)과 대형마트 사업 부문(이마트)으로 나누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맡는 ‘남매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신세계는 인적분할에 대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없다”고 했지만 5년이 흐른 2016년 정유경 사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보유 중인 ㈜신세계 주식과 이마트 주식을 전량 맞교환하며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신세계는 자산과 주식을 0.261(㈜신세계) 대 0.739(이마트)로 나눴다. 회사 내부 조직과 인력도 ㈜신세계와 이마트로 분리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가 갖고 있던 각종 충당금(가까운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회계상 비용 처리하는 가상 항목, 예를 들어 세금이나 퇴직금 등도 기업으로선 충당금으로 볼 수 있다)도 각각 사업부문에 따라 신세계와 이마트에 나뉘어 승계됐다.
서울 종로구 국세청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최준필 기자
당시 이마트에 승계된 대표적인 충당금은 월마트코리아 인수합병 자산이다. 앞서 신세계는 2008년 월마트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면서 월마트로부터 인수할 토지·건물 등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즉 회계상 이득이 아닌 지출해야 할 비용으로 본 것이다. 정부도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인수 기업이 사들일 피인수 기업 부동산을 이득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봐 손금(손실) 처리할 수 있게 용인하면서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이연’(세금 납부를 연기)해줬다.
그런데 신세계가 ㈜신세계와 이마트로 분할되면서 세법상 문제가 생겼다. 충당금으로 처리된 옛 월마트 자산이 이마트로 넘어간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세계는 월마트코리아 인수로 2596억 원의 합병평가차익을 거뒀다. 이에 국세청은 신세계가 과거 충당금 처리한 월마트 자산을 기업 분할에 이용했다고 보고 합병평가차익을 손금이 아닌 익금(수익) 처리했다. 월마트 자산이 신세계가 아닌 이마트로 넘어간 이상, 신세계에 더는 과세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해 850억 원대 법인세를 부과한 것.
신세계는 비록 사업부문이 분할됐지만 이마트가 계속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충당금이 그대로 이마트에 승계됐으므로 국세청 과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신세계가 이득을 본 것이 없고, 월마트 자산이 이마트로 승계된 상황에서 신세계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비유하면 오늘 내야 할 세금을 내일로 미뤄주는 것을 ‘과세 이연’이라고 하는데, 관련 상황만 놓고 봤을 때 국세청이 이연해 준 세금을 이제 돌려받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가가 일부 기업의 과세를 이연해준 것은 나중에 더 많은 수입을 올려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것인데 그런 세법 취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세 소송은 옛 월마트를 운영하는 주체는 이마트인데 세금 납부 의무는 ㈜신세계가 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파생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