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에서 친이계, 친박계에 이어 차기 자유한국당의 패권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 대표가 ‘자기 식구’ 챙기기를 하면서 친홍계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홍 대표의 자리 안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홍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당직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런 우려는 홍 대표 당선 초기부터 지적돼 왔다. 주요 당직을 친홍계로만 채웠기 때문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당 사무총장은 홍 대표가 반대를 무릅쓰고 받아들인 바른정당 복당파인 홍문표 의원이 맡았다. 여기에 지난 대선 홍 대표의 수행단장을 맡았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를 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임명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심상찮아졌다.
가장 큰 반발은 역시 여의도연구원 인사에 집중된다. 정치권에서 여의도연구원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한 가장 신뢰받는 연구기관으로 유명하다. 실무 중심으로 기능해야 할 여의도연구원이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집중됐다.
지난 5일 부산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박민식 전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이 자신을 빼고 여론조사를 시행하자 “이번 사태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게 괴벨스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진실도 곡해해서 말하는 김대식 원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박민식을 뺐다’가 아니라, 홍 대표와 그 측근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누구든지 제2의 박민식으로 삼아 악의적인 음모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한 한국당 관계자는 “물론 박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에 측근을 배치하면서 신뢰도에 금간 것은 사실이다”라며 “지방선거 공천이 다가오는데 누가 객관적으로 여의도연구원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귀띔했다.
여의도연구원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최근 부산·경남 지역에 친홍계를 공천한다고 알려지면서다. 현재 부산지역 정계에서는 해운대구을에 김 원장 전략공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이 여의도연구소 신뢰성을 떨어트린 데다 측근을 국회의원 커리어 만들어 주기 위한 경유지로 쓴 것에 불과하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당내 기류에 친홍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홍 대표는 친하다고 해서 무리하게 공천을 주거나 혜택을 밀어주지 않는다. 다만 쓴소리를 포함해 어느 정도 조언을 해주는 정도다”라며 “친홍, 비홍을 나누는 것도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안에서 보기에 홍 대표는 상당히 공정한 사람이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9일 한국당으로 배현진 전 아나운서, 길환영 전 사장 등이 인재로 영입돼 환영식을 가졌다. 이에 대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상대적으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 한국당 의원 보좌진은 “지금 한국당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부정적인 여론만 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뉴스에라도 나오니까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나마 배 전 아나운서가 화제가 돼 길 전 사장에 관한 보도가 많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친홍계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다. 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홍 대표가 영입해서 출마시킨다는 데 어쨌건 친홍계 넓히기로 봐야 한다”며 “그런데 배 전 아나운서는 그렇다치더라도 길 전 사장은 너무했다고 본다. 자꾸 국민 여론과 반대로 당의 이념적 보수 색채가 강해져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비홍계 일부에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폭망’해야 홍 대표를 바꿀 수 있다며 은근히 지방선거 패배를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줄 곧 홍 대표는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현직으로 있는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등 6개 지역을 수성하지 못할 경우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다. 즉 6곳조차 지키지 못하는 참패가 온다면 홍 대표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소수 의견이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서 패배는 ‘안 될 말’이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현재 민주당의 실책에도 한국당으로 지지율이 넘어오지 못하는 건 당의 얼굴이 홍 대표인 측면이 있다”며 “그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안되는 이유는 이번에 패배하면 홍 대표 교체 수준이 아닌 당 자체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