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토대로 45길 20 변호사교육문화원 410호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감동> 이현서 변호사 인터뷰.
―추티마 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사건은 지난해 11월에 있었고, 한 기관으로부터 추티마 씨 사건의 법적 대리인이 필요하다는 소개를 받아 1월부터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1심에서 증거인부만 이뤄졌고, 오는 3월 19일(월) 두 번째 공판을 본격 앞두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을 놓고 볼 때, 당시 가해자가 추티마 씨를 살해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추티마 씨는 이미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해자가 평소에 추근거렸다고 전했다 한다. 또 여러 정황상 가해자가 추티마 씨에 대해 성폭행을 시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해자는 증거가 될 만한 블랙박스 기록을 모두 삭제했고, 수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복구도 실패했다. 기소 당시 가해자에 대해 중강금과 살인만 적용됐다. 정작 성폭행 미수 혐의는 빠졌다. 우리가 수사 상황에서 이 사건을 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는 현재 그에 대한 정황증거를 나열하고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성폭력이 의심되는 추티마 씨의 살해사건 역시 ‘미등록’ 신분이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보나.
“그렇다. 등록과 미등록 여부를 떠나 이주노동자 분들은 본국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일 못하면 엄청 큰 타격이다. 특히 미등록 신분일 경우, 한 번 신고하면 바로 퇴거다. 성폭력 사건을 떠나 쉽게 말해 임금 체불이 있어도 미등록 신분이면 이조차 구제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체류 자격이 있어야 천천히 권리구제 방안들도 나올텐데 쉽지 않다.”
―한 예로 사업주에게 성폭력을 당한 등록 이주민 여성노동자가 이직을 원해도 이 역시 쉽지 않더라.
“애초 이주민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사업주 동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성폭력을 비롯한 범죄나 부당 대우,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사업자 동의 없이 가능하다는 예외가 있지만, 이 역시 이 모든 걸 다 이주민 노동자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또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횟수도 3회로 정해져 있다. 만약 이주 여성노동자가 세 번째 사업장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면 변경이 원칙적으로 안 된다. 물론 예외규정이 있지만 실제 실행이 잘 안 된다.”
―모든 입증 책임을 이주 여성 노동자들에게 지운다는 것인가.
“그렇다. 한국말조차 잘 못하는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증명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도 있다.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한 노동자가 멍든 사진을 수사기관에 들고 갔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선 그 멍이 사람이 때려서 들었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했다. 이 노동자는 외지에서 10시간 일하는 노동자였다. 심지어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도 모두 사업주가 갖고 있었다. 도심 병원에 나갈 수조차 없었다. 노동부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의 여권과 등록증을 사업주가 보관하지 말라고 권고하지만, 대부분 사업자들이 이를 통제한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외국인 여성들도 가족 내 성폭력에 노출된다.
“남편이나 시아버지에게 당하는 경우도 꽤 많다. 문제는 체류 연장 자체를 가족 등 남편이 보장해줘야 한다. 혐의 입증도 어려울뿐더러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가족이 강제 추방을 주장한다. 물론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는 체류 자격을 주도록 하는 특칙이 있지만, 허울뿐이다. 이것 역시 본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 통역은 제대로 이뤄지나.
“우리한테 오는 대부분의 사건을 보면 거의 안 이뤄진다. 통역 권리 자체를 이주민 여성들이 잘 모른다. 경찰도 통역을 권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권하는 곳도 별로 없다. 진술조사라는 게 토씨 하나 틀려도 달라지는 문젠데 말이다. 한 예로 우리가 맡은 사건 중 남편이 억지로 강간 수준의 성관계를 강요한 사례가 있었다. 이 이주민 여성에게 경찰이 ‘남편을 사랑하냐’고 물었다. 한국말이 서툰 이 여성은 ‘사랑한다’고 답했고, 경찰은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라 판단했다. 대부분 단답형으로 묻고 그 답으로 조서가 꾸며진다. 심지어 경찰이 이주민 피해여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하는 사례까지도 보고된다. ”
―꼭 개선돼야 할 부분을 지적한다면.
“첫째로 앞서 말했듯 통역이다. 특히 성범죄 발생시 제대로 통역이 이뤄져야 한다. 형사 문제와 관련한 통역은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또 체류자격에 대한 부분이다. 사업주에 대한 권한은 너무 많은 반면, 범죄 노출 시 이주민들이 입증할 책임이 지나치게 크다. 이에 대한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성폭력을 당했거나 노출된 이주민 여성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드러내는 게 참 쉽지 않다. 결국 입증이 어렵다. 같은 처지의 이주민 이웃이나 동료에게 털어놔도 비슷한 약자 처지기에 수사에 협조를 잘 안 해준다. 그래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기록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당한 일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고 상처가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갔으면 한다. 아주 기계적이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도 다문화와 인권교육 이수과정에 이 같은 범죄 피해 시 증거를 확보하고 대응하는 교육도 넣었으면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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