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2월 13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안 전 대표 등판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는 ‘출마 여부·등판 시점·범보수 연대’ 등 크게 세 가지다. 출마 가능성은 50 대 50이다. 다만 현재로선 출마에 무게가 실린다. 안 전 대표는 귀국 직후인 3월 6일과 8일 등 첫째 주에 서울 지역 당원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지역 예비후보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강하게 요청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은 지방선거로 완성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안 전 대표 특유의 정중동 행보는 계속됐다. 안 전 대표는 3월 1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비공개로 만났다.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지만, 안 전 대표는 “고민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안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는 ‘출마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일종의 애드벌룬을 띄우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 이슈로 쏠린 지금보다는 지방선거 프레임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게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명분이 부족한 서울시장 출마에서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막판에 선당후사의 모습으로 독배를 드는 그림이다.
이미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6·13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격상했다. 안 전 대표의 등판 여부에 따라 ‘박원순이냐, 아니냐’로 좁혀진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vs 안철수’의 빅매치로 전환한다.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직 양보로 묶였던 특수 관계가 7년 만에 맞수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게다가 여권의 유력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파문으로 정치은퇴 기로에 선 것도 안 전 대표에게는 호재다. 중도보수진영의 구심력이 될 수 있어서다. 바른미래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인 이학재 의원은 “안철수 vs 박원순의 빅매치를 기대해 달라”고 출마를 기정사실로 했다.
공식 출마 선언은 이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로 넘어간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국회 부의장 자격으로 3월 10∼19일 터키·그리스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박 공동대표가 귀국하면, 유승민 공동대표도 한반도 대책 논의차 미국으로 출국한다. 당의 투톱이 번갈아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안 전 대표의 등판 여부가 빨라야 3월 말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안 전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변수는 당 내부에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이다. 애초 ‘안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자’는 명분으로 떠오른 선거대책위원장은 안 전 대표 측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선거대책위원장 대신 3월 16일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선거의 핵심 변수인 인재영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동시에 안철수계의 저변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안 전 대표 측이 원했다고 한다. 이른바 ‘1석2조’ 효과다.
딜레마도 존재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반문(반문재인) 진영은 궤멸 상태다. 제1당조차 인재영입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인재영입을 도맡기는 쉽지 않다. 인재영입 난항에 따른 책임론을 뒤집어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역할론’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이, 당 내부에선 ‘유승민 경기지사 추대설’이 흘러나왔다. 이른바 ‘수도권 쌍끌이 전략’이다. 수도권 예비후보자들이 원하는 그림이지만, 안철수계 인사들이 내부권력 주도권 차원에서 제기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 내부에선 “바른미래당의 전략이 안철수 출마 하나뿐이냐”라며 유승민계를 성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철수(서울)-유승민(경기)-박주선(광주)’ 트로이카 체제를 띄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우에 따라 안 전 대표 추대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선거 전략은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한때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전 후보를 내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민주당 후보가 정해진 뒤 패를 보여주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 한 전직 의원은 “안 전 대표는 가슴으로 정치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한다”며 “그러니까 매번 감동을 주는 정치가 아니라 뺄셈 정치에 그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공학만 앞세운 타이밍 정치로 시너지효과를 깎아 먹고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고차 방정식인 ‘연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무공천을 골자로 하는 묵시적 연대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방법은 한 가지다. 두 당 가운데 범야권 주도권을 쥐는 쪽이 다른 당을 압박, 묵시적 야권연대를 끌어내는 것이다. 안철수의 조기 등판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속내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진공 상태인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조기 출마를 선언해 지지도를 선점하면, 한국당 인재영입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제1야당이 후보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이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판설에 불을 지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안 전 대표의 최종 결심이 늦어지는 사이 범보수진영 내 서울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러나 김 전 교수의 출마가 불투명해지면서 이석연 전 법제처장 카드가 급부상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 김 전 교수는 정년 1년을 앞두고 지난달 명예퇴직, 일각에선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측근들 중심으로 출마 만류가 강했다.
김 전 교수 측 관계자는 “한국당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김 전 교수는 3월 13일 마감한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 접수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석연 전략공천’ 카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3월 15일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석연 전략공천설에 대해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안 전 대표 출마와 관련, “나와도 3등”이라며 ‘박원순 vs 이석연’ 구도 만들기에 나섰다. 묵시적 야권연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당·바른미래당의 묵시적 야권연대는 선거 막판까지 판을 뒤흔들 변수다. 서울시장 구도가 ‘민주당 vs 한국당 vs 바른미래당’ 3자 구도로 재편하더라도 선거 막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당대당 협상 ▲후보 담판 ▲여론조사 방식 등으로 연대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내더라도 경쟁력이 부족한 후보라면 무공천을 골자로 하는 묵시적 야권연대는 더욱 힘을 받는다. ‘안철수(서울)-남경필(경기)’ 원투펀치 출격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간 공동 교섭단체 구성으로 민주당을 필두로 한 범진보연대에도 시동이 걸렸다. 범보수연대의 시작과 끝은 오롯이 ‘안철수 등판’에 달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세가 약한 바른미래당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안 전 대표의 등판으로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3말4초로 갈수록 등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다면, 대중 정치인으로서 책임정치를 차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여의도에 내려진 ‘미투 카더라’ 주의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파문에 휩싸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여의도에 ‘카더라 통신’ 주의보가 내려졌다. 카더라 통신은 근거가 부족한 소문 등을 전달하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것을 말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진위와 관계없이 미투 폭로가 나오는 순간 끝나는 분위기”라며 “각 캠프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 1순위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미투 파문으로 한순간에 정치 생명이 끝났다. 가장 먼저 서울시장 준비에 나섰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추행 파문이 일자 의원직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 직전 미투 파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복당도 선거도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흑색선전은 선거 과정에서 으레 나오는 선거전략이다. ‘원샷원킬’로 상대방을 쳐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올해 지방선거전의 ‘카더라 통신’은 성폭력·성희롱 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쓰나미’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격상해서다. 특히 6·13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마저 중도 낙마하자 미투 주의보는 여의도 전체를 감쌌다. 선거 초반 ‘안희정 마케팅’에 전력을 다했던 박 전 대변인은 내연녀 공천설에 휘말리면서 연타를 맞고 녹다운됐다. 박 전 대변인은 내연녀 공천설이 불거진 직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박 전 대변인은 3월 11일 서울로 상경,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대변인 재직 시 전 부인과 이혼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백억대의 특혜를 주도록 강요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퇴를 권고했다. ‘사퇴 불가’를 외치던 박 전 대변인은 이틀 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륜 및 내연녀 공천설에 대해 소명한 뒤 “당내 명예는 지켜졌고 이제는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겠다”며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충남도에서 도지사를 비롯한 모든 전 후보를 내면 안 된다”며 무공천을 압박했다. 동시에 이인제 전 의원 등 보수 후보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이번 공천심사 과정에서 후보자 성범죄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각 예비후보 캠프에서도 미투 파문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묻지마 폭로전을 막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는 ‘000, 000, 000’ 미투 폭로 등의 내용이 지라시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명 기회도 없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후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