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 피의자 신분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액만 100억 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인 물증에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 관계자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 종범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주말까지 고심, 이날 수사팀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로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해 총 17억 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특활비 4억 원을 수수한 김백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수수한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22억 5000만 원, 대보그룹 5억 원, 김소남 전 의원 4억 원, ABC상사 2억 원, 능인선원 2억 원 등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에 따라 뇌물수수 혐의액은 총 110억 원대에 달한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다스에서 35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 다스 및 관계사가 아들 이시형 씨 소유의 에스엠 등 회사에 123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주도록 지시한 혐의(배임) 등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한 혐의(직권남용)와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 등 차명재산 보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통상적인 미체포 피의자 심사 일정에 준해 이르면 오는 21일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사건 관련 수사기록이 방대해 일정이 하루나 이틀 늦게 지정될 수도 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볼 수 있는지, 국정원 특활비 등 뇌물로 의심되는 자금이 오간 사실을 이 전 대통령이 옛 참모들로부터 보고 받고 알고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는 국정원 10만 달러 수수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여러 혐의 구성의 전제조건이 되는 다스의 실소유 의혹도 강하게 부인해 이번 영장심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