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쿨을 졸업한 후 방황하던 그녀는 2013년, 19세 되던 해에 포르노 배우가 된다. 전형적인 글래머 금발 미녀는 아니었지만, 폴란드계 미국인이었던 에임스는 이국적인 느낌으로 어필했다. 201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프로덕션을 섭렵하며 약 270편의 포르노에 출연했던 에임스는 성인영화계의 오스카라 할 수 있는 AVN 어워즈에서 세 번이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4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을 감안하면, 그녀는 빠른 시간 안에 스타덤에 올라 팬덤을 형성했고, 그 인기를 토대로 2016년엔 포르노가 아닌 영화 ‘모델 포 머더’로 영역을 넓힌다.
발단은 트위터에 올린 멘션 하나였다. 에임스는 남자 배우뿐만 아니라 여자와 트랜스젠더와도 공연했던 이른바 ‘크로스 퍼포머’였다. 미국의 포르노 업계는 2주에 한 번씩 성병과 에이즈 검사를 받는 시스템이 있는데, 에임스는 검진을 거치지 않은 배우와의 섹스 신을 거부하며 이런 글을 올렸다.
“나 대신 누가 내일 섹스 신을 찍을지는 모르지만, 상대 남자 배우가 최근 게이 포르노를 찍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은 여자 배우들은 안전을 위해 게이 포르노를 찍은 남자 배우와 공연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난 내 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길 원하지 않는다.”
에임스가 이런 글을 올린 건, 게이 포르노 배우들이 이성과 포르노를 찍는 배우들만큼 자주 검사를 받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이성애자뿐만 아니라 게이와 트랜스젠더 등과도 공연하는 입장에서, 어쩌면 이런 지적은 당연한 일이었다.
에임스가 글을 올린 건 2017년 12월 3일. 이후 여론은 심상치 않았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합하면 15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던 그녀이기에 비난의 양 역시 엄청났던 것. 그중엔 법적으로 문제 삼을 만한 수준의 댓글들도 많았다.
12월 4일엔 포르노 업계의 베테랑이자 성 소수자 운동의 열렬한 지지자인 제시카 드레이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상대방이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공연을 거부하는 건 비논리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에임스는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일할 권리가 있다”며 더욱 힘주어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12월 5일엔 상대방의 젠더에 상관없이 애정의 관계를 맺는 범성애자 포르노 배우 잭스턴 휠러가 독한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당신이 사과하거나 아니면 청산가리를 삼키기를 원한다.” 그리고 휠러의 글이 올라온 바로 그날, 에임스는 집 근처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마지막 트위터 멘션은 간단했다.
“모두들 엿먹어!”(Fuck y’all)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한 대중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집단 폭력인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에 의해 그녀가 희생되었다고 보았다. 비판적 견해를 보였던 드레이크는 “에임스를 타깃으로 한 글이 아니라, 내 타임라인에서 비슷한 견해를 지닌 사람에게 했던 말”이라고 변명했다. 한편 독한 멘트를 날렸던 휠러는 ‘멘붕’에 빠졌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난 단지 그녀의 사과를 원했지만 끔찍한 코멘트를 남기고 말았다. 난 세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지 이 일만 원인이 된 건 아니었다. 어머니에게서 온 우울증의 DNA는 죽음으로 치닫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에임스 역시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예상치 못했던 일에 휘말리자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 하지만 죽음까지 이르는 과정엔 분명 대중의 폭력이 있었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비난과 따돌림에 시달린 나머지 세상을 등진 어거스트 에임스. 그녀의 죽음은 SNS 시대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