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배후설 단정할 수 없다? 정부의 궁색한 변명...청와대 항의서한 전달했지만 답장 없어”
─ “북한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우리도 남북통일 바란다...인정은 인정, 대화는 대화, 분명해야”
[일요신문] 벌써 8년이 지났다. 오는 3월 26일은 ‘천안함 사건’ 8주기 되는 날이다. 3월 23일은 천안함 사건을 포함해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에서 희생된 호국영웅들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이기도 하다. ‘일요신문’ 탐사보도 언더커버는 이번 주 ‘천안함 사건’과 마주한다. 무엇보다 유족들에겐 여전히 가장 아픈 날이다. 특히 이들의 맘이 요즘 편치 않다.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의 기획자로 알려진 북한의 김영철 통전부장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정부에 대한 섭섭함이 더욱 커졌다. ‘일요신문’은 3월 19일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회장을 만났다.
3월 19일 오후 노량진의 한 카페에서 이성우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을 만나 8주기에 즈음하여 드는 소감과 정권이 바뀐 후의 달라진 점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 8년이 지났다. 유족들은 어떻게 지내나.
“올 해는 특히 힘들게 지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살았는데 김영철 방한 때문에 다시 생각나 심적으로 굉장히 고통 받았다.”
─ 생존 장병들의 근황도 궁금하다.
“생존 장병들을 행사 때마다 만나는데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장병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울렁거린다든지 좁은 곳에 갇혀 있을 때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지금은 다들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천안함 생존 장병이라고는 얘기를 못하겠다고 한다. 천안함 북침으로 남-남 갈등이 있으니…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힘들어 한다.”
─ 천안함 생존자 가운데 대부분은 국가 지원금을 못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정부에 서운한 점은 없나.
“생존 장병도 나라를 지킨 장본인들이다. 생존 장병이라고 해도 정부에서 병원 치료, 취업 준비 등은 도움을 줘야 한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으니 답답하다.”
─ 천안함 재단이나 유족협의회 차원의 지원은 없나.
“재단에서 지원금이 나오지만 도움이 될만 한 수준은 아니다. 유족들도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유족협의회는 한 달에 만 원씩 회비를 모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
─ 정권이 바뀌고 달라진 점이 있나.
“상당히 많다. 현충일 행사에 매번 공식적으로 천안함 유족들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런데 작년 현충일 행사엔 자리가 없었다. 헌화 순서에도 우리를 뺐다. 우리 아이들 46명이 현충원에 묻혀 있는데 이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우 받으려는 게 아니다. 이건 예의라고 생각한다. 작년 국군의 날 행사 전 날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제2연평해전 전사 병사 유가족 등과 위로 오찬을 했는데 우리만 뺐다. 정권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다. 치사하다고 느낄 정도다.”
─ 전 정부는 어땠나.
“전 정부는 우리한테 잘해주지도 못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 정부는 기본적으로 예의는 지켰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유족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천안함 폭침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중 울고 있다. 2018.2.25 사진=연합뉴스
“현 정부는 천안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천안함 이슈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 같다. 김영철 방한도 ‘국가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한마디만 미리 언질 했으면 우리는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군인 신분으로 나라를 위해 죽었는데 통일이 되고 나라가 발전되는 걸 원하지, 남-남갈등이 생기길 원하겠나.”
─ 김영철 방한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우리 가족들은 일반인이다. 데모를 해봤나 기자회견을 해봤나. 김영철 방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다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며 우리 목소리를 내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거리로 나오게 됐다. 그 때도 태극기 집회 세력이 함께 하자고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했다. 부디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
─ 이와 관련해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단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가족들 마음엔 미흡했다. 그래서 자식 잃은 애비 심정으로 3장에 걸쳐 편지를 썼다. 청와대 앞까지 가니 행정관이 받아가겠다고 하더라. 황당했다. 국장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언쟁이 있었다. 결국 국장이 나와 받아갔는데 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아무 얘기도 없다.”
─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 북한 소행인 건 맞지만 김영철을 배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 조직이든 우두머리가 있다. 소장인 나도 모든 현장 작업 지시는 내가 한다. 김영철이 대남 작전 수행하는 수장으로 있었는데, 그 사람 지시 없이 천안함을 어뢰로 쐈겠냐. 정부에서 하는 궁색한 변명이다.”
─ 남북 화해 모드가 조성됐다. 유가족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점은.
“우리 아이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희생했다. 우리나라가 남북 통일도 되고 잘 되길 바란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은 모든 조사와 자료에 의해 명명백백 드러난 사실이다. 북한에서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럼 유족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과를 받아드릴 수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대화할 건 대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끈질기게 천안함 좌초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신 전 위원은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2심 계류 중이다. 어떤 부분은 ‘난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하고 어떤 부분은 ‘전문가 입장에서’라고 얘기하더라. 참 교묘하다. 신 전 위원은 민주당에 민간위원으로 딱 한 번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다. 무엇을 알겠나. 좌초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니 얘기가 안 된다.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언더커버] 천안함 8주기 특집2-‘르포’ 천안함 만나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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