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주 4회 공판을 열어왔다. 일반적인 형사 재판이 2∼3주에 1차례 열리고, 집중 심리하는 사건도 주 1∼2차례 공판이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강행군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주 4회 재판으로 방어권 행사를 위한 증거 수집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며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주 4회 재판을 강행했다. 이런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주 4회 재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재판에는 성실하게 참석하겠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사례처럼 주 4회 재판을) 강행하면 재판은 거부다. 주 4회 재판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도 동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진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동의 안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변호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라면서 “자금 문제 등으로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작 변호인 4명으로 주 4회 재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6개월(1심 구속 만기 기간)이 지난 후 검찰이 구속 기간을 연장해도 재판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소한 것 하나 빼놨다가 영장을 재발부받는 검찰의 편법적인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구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재판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구속 기간이 연장되자 변호인이 총사퇴했고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사건 하나로 10년 이상 다투는 경우도 있다. 재판을 빨리 끝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 재판은 박 전 대통령 재판보다 훨씬 복잡하고 쟁점이 다양하다. 관련 증인만 수백 명에 달하는데 이런 재판을 수년간 구속된 상태에서 받으라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정도 되면 명예가 중요하지 재판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장심사에 불출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구속 가능성이 0.1%만 있었어도 출석해서 입장을 설명했을 거다. 여론을 보면 판사가 공소장 기각하고 우리나라에서 판사생활 할 수 있겠느냐. 어차피 기각 못할 거라고 봤다. 이 전 대통령도 구속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