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두고 바른미래당 내부 두 세력은 각자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주도권을 둘러싼 암투의 끝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전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되면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1 대 1 양강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선거에서 안 전 대표가 패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내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고, 이를 명분으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복당할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 내에 벌어지는 현 상황과 앞으로의 진행될 시나리오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월 27일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다자대결에서 박원순 시장은 35.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그 뒤 이어 안 전 대표가 9.2%로 2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과 안 전 대표, 그리고 나경원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의 3자 대결구도에선 세 사람이 각각 51.9%, 17.0%, 11.4%로 1, 2, 3위를 기록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나올 경우 박 의원, 안 전 대표, 나 의원이 각각 34.8%, 21.7%, 14.1%로 나타났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나오면 우 의원, 안 전 대표, 나 의원이 각각 30.4%, 23.6%, 15.1%의 결과를 보였다. 이 수치만 본다면 민주당 내에서 누가 나오든 안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만, 경선을 통해 박 의원 또는 우 의원이 출마하게 될 경우 안 전 대표에게 희망은 있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 후보와 안 전 대표의 양자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위해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홍정욱 전 의원(헤럴드 회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출마를 권유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한국당에서 끝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선거가 양자대결로 치러질 경우 안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진다. 보수표, 특히 정당만 보고 찍는 고정 보수표는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입장에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두 당의 통합 이후 벌이는 최대의 정치 이벤트이자 승부수다. 그러나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먼저 이길 경우다. 이는 바른미래당에 더할 나위 없는 경사다. 당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안 전 대표 자신의 대권가도에도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패배하는 경우는 어떨까. 안 전 대표 개인으로선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워낙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출마한 것이라 안 전 대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권력구도 면에서는 선거 패배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안 전 의원의 패배는 유승민 대표 측에게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대표를 주축으로 한 세력들이 선거 패배를 빌미로 주도권을 잡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한술 더 떠 안 전 의원이 패배하면 ‘주도권 싸움’ 정도가 아니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아예 ‘한국당 복당’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당의 최대 승부수가 실패로 끝날 경우, 특히 형편없는 득표율로 참패를 할 경우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고 많은 이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패배하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국민의당 출신인 A, B 의원이 함께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라면 ‘한국당 복당’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출마’의 최종 종착지라는 것이다.
실제 A 의원과 B 의원은 한때 ‘친안계’로 분류됐으나 언제부턴가 안 전 대표와 사이가 서먹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A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우리 당의 필승카드고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안 전 대표가 당연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소문은) 말도 안 된다”라며 “한국당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당은) 비전이 없다. 그런 시나리오는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세력이 퍼뜨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B 의원은 “무책임한 이야기고, 금시초문이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소속의 다른 관계자는 “A, B 의원에 대해 그런 이야기가 들리긴 한다“면서도 ”(바른정당 출신들이) 이제 와서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사태는 현실적으로 벌어지기 힘든 일”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안 전 대표의 다음 수순은 당권이 될 것이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그의 이름값에 걸맞은 득표만 한다면 ‘당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 안 전 대표의 패배를 염두에 두고 한국당 복당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선 생각이다”라며 “지금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지지율이 15%만 돼도 이런 이야기는 싹 들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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