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50년 경제성장을 이끌던 주력산업이 부실화하여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이 중국과 미국의 협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기업들은 우리기업들을 추격하여 숨을 막고 있다. 미국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차별적인 무역보복을 가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국제경쟁력을 잃어 이미 반 토막이 났다. 조선산업도 구조조정의 대열에 섰다. 철강산업도 미국의 25%의 추가관세 부과로 인해 위험하다. 우리경제의 최후 보루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언제 무역보복의 타격을 받아 흔들릴지 모른다. 자칫하면 경제의 성장기반이 와해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가계부채가 1450조 원을 넘어 연쇄부도위험에 처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한국경제는 1990년대 일본경제처럼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할 수 있다.
우리경제가 침몰의 함정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려면 새로운 산업발전체제의 구축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실기업을 산업논리와 금융논리를 함께 반영해서 정리할 방침이다. 동시에 벤처와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혁신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부실기업의 정리가 일자리보호 우선으로 인해 기업연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명이 난 부실 일부조선사들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더욱이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이 재정지원에 치중하여 근본적인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은 부실을 확실하게 도려내는 시장원칙에 따라야 한다.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등 기업환경개선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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