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서울 논현동 자택을 떠나 서울동부구치소에 ‘자리’를 잡은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고(19일) 실제 구속되는 데까지 4일이 걸렸는데, 그 사이 법무부와 구치소들은 이 전 대통령을 어디에 구속시켜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울 동부구치소로 낙점했다.
원래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사건 피의자들이 구속되는 곳은 서울구치소(경기 의왕시 소재)다. 통상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한 피의자들이 수감되는 곳인데, 전직 대통령과 같은 큰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이 전담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물’들은 서울구치소에 구속됐다. 대기업 오너 등 소위 ‘범털’들도 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곤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변수가 있었다. 서울구치소에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다는 점. “주요 수용자가 1명 더 느는 것에 불과하지 않냐”는 반론도 있지만, 법무부·구치소 등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수용자로 올 경우 관리 부담이 일반 수용자의 몇십 배 수준이라고 털어놓는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다수의 수용자가 있는 여러 개의 방을 2~3명의 교도관이 24시간 관리한다고 쳤을 때, 전직 대통령은 독방에 있는 1명을 위해서 2~3명이 24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며 “같은 규모의 교도관으로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관리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만에 하나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할 경우 구치소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내부 경호 문제도 크다. 수백 명의 수용자가 있는 구치소에서는 수용자들끼리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일반 수용자의 우발적인 행동이 있을 가능성 때문에 내부 동선 관리도 번거롭다고 한다. 만일 이 전 대통령까지 서울구치소로 갔을 경우 박 전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반 수용자들과도 분리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
서울동부구치소. 사진=법무부 공식 블로그
자연스레 대안으로 서울동부구치소가 떠올랐다. 과거 성동구치소를 대체하기 위해 송파구 문정동에 들어선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공식 개소했다. 최신식으로 깔끔한 것은 당연하고, 수용자들의 1인당 생활 면적이 구치소들 중에 제일 넓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난방이 잘되는 덕분에 ‘가장 수용되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근처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이 있어, 긴급 치료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전 대통령을 관리하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았다. 우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전직 대통령을 관리해 본 적이 없다는 점. 구속됐던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서울구치소 신세를 졌다. 게다가 서울동부구치소는 수사와 재판을 받을 서울중앙지검과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다. 특히 재판을 받으러 법원까지 오는 경우를 감안할 때, 경호 등의 문제도 우려 사안 중 하나였다. 때문에 법무부는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하루 전인 21일 오전까지도 어느 구치소에 이 전 대통령 독방을 마련할지 구체적인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공사를 먼저 했다가는 정치권 등에서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 실제로는 어느 구치소에 수감할지 미리 다 결정해 놨을 것”이라며 “구속된 피의자이지만 전직 대통령 아니냐, 서울동부구치소 안에서는 서울구치소로부터 관리 매뉴얼 등을 넘겨받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