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쿱택시가 경영농단 의혹에 휩싸였다. 쿱택시 홈페이지 캡처.
한국택시협동조합(쿱택시)은 모든 조합원이 2500만 원이라는 동등한 금액을 출자해 근로자이자 사주로서 택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회사를 공동소유하고 관리하며 민주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협동조합 기본법을 따른다. 그런데 박계동 이사장과 친인척 등 측근을 중심으로 한 깜깜이 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계동 이사장의 딸, 처제, 제수 등 친인척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박 이사장과 연이 닿아 있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조합의 요직을 맡으며 조합 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무리한 금융거래를 한 것이 드러났다. 박 이사장은 2015년 서기운수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택시사업에 돌입한다. 출범 당시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했던 박계동 이사장은 사채시장에서 법정최고금리보다 훨씬 비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 가까스로 서기운수를 인수했다.
인수비용은 40억 원이었지만 사채를 써 이자 비용만 8억 6000만 원에 달했고, 인수준비 사용 경비로 2억여 원이 추가로 들었다. 한 예로 박 이사장이 2014년 H 업체로부터 36억 원을 빌려 한 달간 사용하고 낸 이자비용은 1억 2700만 원이다. 연 이율이 무려 42.33%에 달한다. 당시 법정 최고 금리는 연 34%대였다.
이경식 쿱택시 사업본부장은 “당시 조합원도 다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60~7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지만 서기운수 인수 잔금인 36억 원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계동 이사장은 쿱택시 명의로 담보 없이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1, 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0%대의 초고금리의 사채를 사용하고도 일정기간 이를 상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미 당시 조합원이 60여 명은 넘어 조합비도 15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부채를 조금이라도 갚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쿱택시는 2015년 8월 10일까지 부채 33억 원을 변제하지 않은 채 대출이자를 냈다.
‘사납금 없는 택시’로 반향을 일으킨 쿱택시의 사업 모델이 허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계동 이사장은 쿱택시가 ‘전액관리제’로 운영된다고 홍보해 택시 기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운송수입 전액을 조합에 입금하고 기본급과 잉여배당금으로 구성된 월급을 받는 구조다. 법인택시가 기사들에게 매일 할당량인 사납금을 걷고, 이를 못 채울 경우 기사 사비를 털어서라도 부족분을 채워 넣던 관행이 개선되는 제도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확인해본 결과 사납금은 ‘납입기준금’이라고 이름만 바뀐 채 존재하고 있다. 납입기준금액은 하루에 27만 4000원으로 기존 법인택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별 납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에서 차감하는 형식이다. 사납금 없는 운영구조는 허구인 셈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쿱택시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확인각서에는 사납금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2016년 5월 기준 기본급여는 차량 수리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136만 원 수준이다. 협동조합 측은 택시기사들이 법인택시보다 훨씬 더 많이 월급을 받아가게끔 수익구조가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급에 배당금 등을 더해 기사들이 월 220만~230만 원을 받아간다는 것. 실제로 쿱택시는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법인택시 평균 가동률인 75%를 훌쩍 뛰어넘는 94%의 가동률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쿱택시 매출 증가로 인한 수익이 조합원에게 공정하게 돌아오지 않고 사측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박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는 조합원 모르게 엄연히 법인이 다른 구미 쿱택시에 3억 원가량을 빌려줬다. 박 이사장은 택시협동조합에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해 10개 이상의 조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게다가 구미 쿱택시로의 자금 지원은 박 이사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한국협동조합연대’를 거쳐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협동조합연대는 이자 수익의 상당부분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미쿱택시 이사장은 박계동 이사장의 처남이고, 감사는 이경식 쿱택시 사업본부장이 맡고 있다. 쿱택시 자금은 경리부장인 박 이사장 동생의 부인이 맡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조합원 모르게 대출이 이뤄지고, 제3의 입장에서 경영을 견제해야 할 감사 역시 박 이사장의 측근이 맡고 있어 조합경영이 투명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기사조합원 다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이미 조합비 마련을 위해 대출 부담도 지고 있다. 단돈 몇 만 원도 생계에 있어 큰돈인데, 조합비를 갖고 이사회가 제멋대로 경영 판단을 내려 기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운영 4년차에 접어든 협동조합에 대해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초기 투자금 2500만 원을 날리는 일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계속해서 조합의 지출 내역과 회계를 투명하게 알려달라고 주장한다.
쿱택시 비대위 관계자는 “기사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노사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수평적 관계로 운영되는 회사를 기대하고 왔는데 마치 오너처럼 기사들을 압박하는 것이 문제”라며 “상세 회계 내역을 보여 달라는 것조차 묵살하는 이사회가 누구를 위한 이사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식 본부장은 “모든 것은 상위법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만든 정관을 통해 이뤄졌다.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며 “조합운영에 있어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잡음이 불거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