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넥센으로 돌아온 박병호. 사진=넥센 히어로즈
[일요신문] 프로야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가 24일을 시작으로 5개월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야구팬들은 긴 겨울 동안 리그 개막만을 기다려왔다. 리그 개막에 맞춰 ‘일요신문’에서는 지난 겨울 각 구단의 변화를 돌아보고 이들이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 내다봤다.
# 팀 전력의 반, 외국인 선수
60명(10구단 평균 60.9명) 내외로 구성된 선수단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인원은 단 3명이다. 인원 비율은 약 5%이지만 이들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 역대 우승팀을 돌아보면 벤덴헐크, 나바로(이상 삼성),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이상 두산) 등 ‘특급 외국인 선수’의 공이 컸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 또한 헥터 노에시, 팻 딘, 로저 버나디나 등 외국인 선수 3인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올해도 KBO 10구단은 예외 없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3명)를 채웠다. 각 구단은 저마다 자신들의 외국인 선수 농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KBO 외국인 연봉킹에 등극한 헥터 노에시. 연합뉴스
KIA 다음으로 많은 돈을 투자한 팀은 지난해 준우승팀 두산 베어스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모두 KIA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두산은 KIA와 달리 외국인 선수 3명을 전원 교체했다. 롯데에서 뛰던 조쉬 린드블럼을 데려왔고, 세스 후랭코프와 지미 파레디스를 새롭게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에 가장 적은 금액을 투자한 팀은 NC 다이노스다. NC는 지난해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에릭 해커, 제프 맨쉽과 모두 결별하는 선택을 했다. NC는 올해 외국인 선수 연봉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지난해 290만 달러를 외국인 선수들에게 안긴 반면 올해는 140만 달러만을 지출하게 됐다. 35홈런으로 장타력을 검증 받은 내야수 재비어 스크럭스와만 재계약을 맺었다. 투수진에는 로건 베렛과 왕웨이중을 영입했다. 외국인 마운드 구성은 소액으로 구성됐다. 특히 베렛은 KBO 외국인 선수 최저연봉(10만 달러)이며 왕웨이중 또한 외국인 평균연봉 약 77만 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50만 달러)이다.
한화 이글스 또한 외국인 선수 구성에 허리띠를 졸라 맨 구단이다. 한화는 수년간 ‘스토브리그 큰 손’으로 활약해 왔다. 매년 대형 FA 영입에 열을 올렸고, 지난해엔 외국인 선수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파격적으로 3인 모두에게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안겼다. 이들의 연봉 총합은 430만 달러로 리그 내 압도적 1위였다. 하지만 괴력을 자랑한 내야수 윌린 로사리오를 제외하면 이들의 활약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감독 및 코칭스태프 교체로 ‘체질 개선’을 선언한 한화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금을 대폭 줄였다. 일본으로 떠난 로사리오를 대신해 외야수 제라드 호잉을 영입했고, 마운드 또한 새얼굴(제이슨 휠러, 키버스 샘슨)로 채웠다. 이들 모두 KBO 외국인 평균을 밑도는 40만 달러대의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큰돈을 쓰고도 지난해 8위를 기록한 한화가 체질 개선과 함께 성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11년부터 두산에서 활약하며 KBO 대표 투수로 거듭난 더스틴 니퍼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을 떠났다. 두산에서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고 kt 위즈와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연봉 또한 대폭 깎였다(210만 달러→50만 달러).
#메이저 유턴파와 FA의 영향력
2017시즌 3위를 차지한 롯데는 전 시즌 8위에서 가장 큰 순위 상승을 기록한 팀이었다. 이 같은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무시하지 못할 부분으로 이대호의 복귀가 꼽힌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는 4년 총액 150억 원(연봉 25억 원, 계약금 50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일본과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친정팀에 돌아왔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타율 0.320, 34홈런을 기록했고 주장으로서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해외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팀에 복귀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LG로 이적한 김현수. 김현수는 LG 구단 최고 연봉자가 됐다. 사진=LG 트윈스
올 시즌에는 미국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돌아온 선수가 3명이 늘었다. 황재균과 김현수가 FA로 각각 kt, LG 트윈스와 계약했다. 박병호도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이 남아있던 계약을 정리하고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자연스레 이들은 각 팀의 최고 연봉자(황재균 12억 원, 김현수 14억 원, 박병호 15억 원)로 자리 잡았다. 이들에 대한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황재균과 김현수 외에도 대형 FA 계약이 3건 있었다. 이 중 가장 큰 금액을 손에 쥔 이는 롯데 외야수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4년 98억 원(연봉 15억 원)의 계약으로 원 소속팀과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롯데는 이에 더해 외야수 민병헌까지 데려왔다. 민병헌의 계약 규모는 4년 80억 원(연봉 10억 원)이다. 이들은 이대호에 이어 롯데 구단 내 연봉 순위 2,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롯데에서 다른 곳으로 팀을 옮긴 선수도 있었다. 포수 강민호는 삼성 라이온즈로 새롭게 둥지를 틀며 4년 80억 원(연봉 10억 원)에 사인했다. 삼성은 국가대표 포수 영입으로 공격력 배가는 물론 마운드 안정화까지 노리고 있다.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스포츠에서 지출 금액이 구단의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돈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종 순위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선수단 연봉 지출 순위는 대동소이했다. 큰돈을 썼던 한화와 삼성이 부진했고 돈을 아낀 넥센이 이들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한 정도를 제외하면 지출순위가 정규리그 순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출 순위 상위 5팀 중 3팀이 나란히 정규리그 1~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올해 각 팀의 지출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성적을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