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EB산업은행은 지난 21일 “조속한 시일 내에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CEO) 선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내·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전문 헤드헌팅사의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병행해 신임 사장 후보 적격자를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이후 산업은행 출신 송문선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송문선 사장은 회계 출신으로, 대우건설의 매각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단행한 인사였다.
실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해외사업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매각 절차는 공식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산업은행은 매각을 서두르기보단 2년 정도 시간을 갖고 대우건설을 정상화시킨 후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회생 과정을 산업은행이 직접 챙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송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오래 이어가는 것보다 대우건설의 현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된 곳은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이다. 지난 20일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대우건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30일 계약해 공사에 돌입한 사피 화력발전소의 공사 진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7%로 나타났다.
시운전 과정에서 총 9개의 열교환기 가운데 3개(7·8·9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사가 지연된 영향이다. 회사 측이 문제를 인지한 것은 올해 1월로, 당초 진행률은 95% 수준이었다. 당초 계약 공사기한은 오는 7월 31일까지였지만, 열교환기 교체로 준공시기가 최대 10개월(내년 5월) 가량 지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피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일부 현장의 공시기간이 늘어나면서 원가 투입 규모도 덩달아 증가했다. 회사 귀책사유로 완공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과 관련해 대우건설은 3068억 2600만 원의 지연배상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추가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한영회계법인과 해외현장 전수조사에 나선다.
대우건설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신임 사장에는 이른바 ‘중동 건설업 전문가’가 선임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산업은행은 새로 선임될 사장에게 현안인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할 계획이다.
이번 사피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의 수습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건설 현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지역 특수성을 파악하고 이들 현장을 수주할 수 있는 외부 건설 전문가가 차기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송 사장의 경우처럼 산업은행 출신이나, 혹은 대우건설 내부인사 중에 신임 사장을 뽑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동 건설 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산업은행에서도 전문 헤드헌팅사의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예상은 힘을 잃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것은 중동사업의 부실 영향이 컸다”며 “중동건설 전문가가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타당성 있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신임 사장 선임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산업은행 측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회사에 따로 세부 일정 등을 알려오지 않았다. 회사와 산업은행이 현재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차기 사장의 자질에 대해서는 “대우건설을 잘 이끌어 가실 분이 와야 하지 않겠냐”며 “아직 절차나 후보군이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차기 사장 선임은 대우건설에서 해야 하는 문제다. 공개모집 절차가 시작되면 자격을 갖춘 분들이 평가해 뽑을 것”이라며 “신임 사장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에서 신임 사장의 자질에 대해 언급하면 또 ‘낙하산 논란’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