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들의 여행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여행상품 개발보다는 몇 군데의 소위 잘팔리는 목적지를 위주로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 가격을 다운시키려다 보니 여행객이 원치 않는 쇼핑과 옵션이 난무하고 억지일정에 동참하지 않는 여행자들을 ‘왕따’시키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는 TV홈쇼핑이 여행사들의 주요한 모객 수단이 되면서 여러 여행사 손님들이 같은 날짜, 같은 일정으로 한번에 몇 백 명씩 현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여행사와 가이드는 달라도 일정 내내 같이 다니다가 같은 비행기로 귀국하는 식이다. 여행사는 많지만 대중이 가게 되는 국내 여행상품은 아직은 극히 한정적이다.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리우는 부탄왕국 도츌라.
# 쇄빙선 타고 남극에, 요가선생님과 명상여행
그런 국내 여행 시장에도 간혹 독특한 여행 아이템들이 있다. 쇄빙선을 타고 남극에 발을 딛는 경험을 선사하는 남극여행상품이나 의사와 함께 크루즈를 타고 지중해를 여행하며 노후의 만성질환을 다스리는 건강관리법을 알려주는 여행도 있다. 요가 선생님과 일정 내내 아침 저녁으로 명상과 요가를 하며 힐링캠프를 만들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소소한 봉사활동을 하며 사파리 여행을 즐기는 의미 있는 공정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일정에 따라 1년에 단 1~2회만 한정적 인원으로 출발시키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객력은 일반적인 여행상품에 비해 약하다. 일반 패키지에 비해 가격이 올라가는 데다 특정 주제와 타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여행상품이다 보니 모객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여행객들은 단란해서 좋다고도 하지만 여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적으로 ‘쓴 맛’을 보기도 한다.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거나 마이너스를 보고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에서는 예상수요를 미리 예측해서 항공과 숙박, 기타 현지일정 등을 모객 전에 미리 세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예측이 어긋나면 손해를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일부 여행사에서는 이런 모객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독특한 여행상품’ 만들기에 정성을 들인다. 여행을 단지 마진으로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여행이 되어 여행사를 운영하는 소규모 여행사의 대표부터 수익보다는 여행의 의미에 가치를 두는 콘텐츠 회사도 있다. 단순한 여행상품으로 그저 그런 수익을 남기기보다 여행상품을 통한 사업의 확대재생산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부탄왕국의 로베사 마을 아이들.
여행사에서 상품을 만든 동기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대중적인 여행 취향에서 살짝 위치이동을 한 중수(?) 여행자들은 이런 여행상품이 반갑기만 하다. 개별여행으로는 할 수 없는 경험들도 소규모 단체라서 가능할 때도 많다. 여행테마에 따라 여행상품 속에 녹인 특정한 프로그램은 혼자 여행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명상 전문가와 전 일정을 함께 다니며 여행길 자체를 명상수련의 한 방법으로 삼고, 주치의와 함께 다니며 평소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건강 돌아보기를 할 수 있는 여행은 말로만 들어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일반 패키지여행과는 그 맥이 다르다. 여러 사람이 모여야 싸지는, 그래서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유명 관광지를 찍듯이 이동하는 일반 패키지 여행에 비해 이런 특정 주제의 소규모 단체 여행은 오히려 혼자 하는 여행보다 고품격이다. 개별여행자들의 고품격은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호텔 시설이 좋고 먹는 음식의 질이 높다고 고품격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경험을 더 깊게, 내가 원하는 테마를 더 유용하게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개별여행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품격’이다.
이송이 여행레저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