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무주공산 대구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대리전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각 지자체장에 대구시장 선거까지 ‘김부겸 키즈’가 출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당선 여부에 따라 김 장관의 대구지역 입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김 장관이 2016년 총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최준필 기자
대구 정가 관계자들은 ‘김 의원이 당선된 뒤 대구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불모지 중 최악으로 꼽히는 대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지난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2004년 4회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 광역의원 지역구는 26곳이었다. 이 중 당시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자마자 당선이 확정되는 ‘무투표 당선’이 5곳 발생했다. 5회 지방선거에서는 더 늘어 6명의 후보가 6개 지역구에서 무투표로 광역의원이 됐다. 심지어 김부겸 장관이 대구시장으로 출마한 6회 지방선거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6곳에서 무투표 당선인이 생겼다.
상황은 김 장관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달라졌다는 게 대구 지역 정가의 평가다. 특히 당시 상대는 쉬운 후보도 아닌 경기도를 포기하면서까지 대구로 내려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였다. 하지만 김 장관은 박빙으로 봤던 세간의 평가와 달리 62.3%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이제는 대구에도 민주당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정치지망생들에게 준 셈이다.
현재 대구지역 기초단체장 중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은 크게 수성구청장, 북구청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20일부터 21일까지 ‘영남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무선전화(안심번호) 60%와 유선전화 40%로 진행된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성구청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남칠우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이 23.9%의 지지율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상석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안보위원장(12.7%), 김대권 전 수성구 부구청장(9.9%) 순이었다.
2월 25일부터 26일까지 대구시 북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영남일보’와 리얼미터의 북구청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국당 배광식 북구청장이 38.2%로 앞섰지만, 민주당 이헌태 북구갑 지역위원장이 32.2%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후보도 못 내던 불모지에서 제2, 제3의 김부겸이 나올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현재 박빙을 만들어내고 있는 두 명의 구청장 후보 모두 김부겸 키즈로 꼽힌다는 점도 흥미롭다. 남칠우 부위원장은 지난 2014년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때 후보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도왔다. 이헌태 지역위원장도 김 장관과의 친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2월 북구청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신뢰하는, 그래서 별명이 ‘이부겸’인 저 이헌태”라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는 이 같은 김부겸 키즈의 약진을 두고 ‘민주당의 힘이 아닌 김부겸의 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대구지역 정가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정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대구지역에서 지지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민주당 후보도 ‘역대급’으로 많은 수가 출마할뿐더러 당선권 후보들도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졌다기보다는 ‘김부겸’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작용으로 봐야 한다. 대구지역에서 홍 대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와 맞물려 김부겸 키즈의 선전이 예상된다”며 “기초의원, 광역의원 포함해 30~40명이 출마한다고 알고 있는데 시장은 힘들겠지만 대구지역 내 구청장 2곳 정도는 선전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때 40.3% 득표를 했는데 이번 구청장 선거에서 40% 이상 득표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구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2곳 정도 구청장이 당선되거나 혹은 대구지역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인 40% 이상 득표율을 올린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무주공산이 된 차기 대구의 주인은 김 장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차기 선거에서도 출마자들이 김 장관과 인연을 강조하는 등 김 장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조사 어떻게 했나. ◇의뢰기관: 영남일보 ◇조사지역·대상 및 표본크기: 대구시 수성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7명 ◇조사기간: 2018년 2월20일~21일(2일간)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3.8% ◇표집틀 및 표집방법: 무선 60% 가상(안심)번호 프레임, 유선 4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RDD) ◇조사기관: 리얼미터 ◇의뢰기관: 영남일보 ◇조사지역·대상 및 표본크기: 대구시 북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 ◇조사기간: 2018년 2월25~26일(2일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3.1% ◇표집틀 및 표집방법: 무선 60% 가상(안심)번호 프레임, 유선 4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RDD) ◇조사기관: 리얼미터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