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본에 비해 한국의 고령화사회 진입은 30년, 고령사회 진입은 24년, 초고령사회 진입은 20년 늦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보다 더욱 급격한 한국의 고령화로 인해 2050년부터 양국의 고령화 수준은 약 30%대 후반에서 만나리라 예측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고령화를 따라잡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한국과 일본 모두 인구증가억제정책에서 출산장려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43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일본은 1951년 가족계획사업을 도입해 인구 증가를 억제하다 1994년 엔젤플랜을 도입하면서 출산 장려를 시작했다. 한국도 1962년 가족계획사업을 도입해 인구를 줄이려고 했다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며 반대로 출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대책 시기는 약 15년 차이가 있으나 저출산 대책 구성은 매우 유사하다. 두 국가 대책 모두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아동의 안전한 성장 환경 조성, 보육과 교육 지원, 임신 및 출산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시기만 달리했다 뿐이지 대책 분야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세부사항에서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하면 고운맘카드로 50만 원을 지급하지만, 일본은 42만 엔을 지급한다. 대략 10배 정도 차이나는 셈이다. 일본에는 한국에 없는 매달 지급되는 아동수당이 있다. 3세 미만 1만 5000엔,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자녀까지 첫째와 둘째는 1만 엔, 셋째 이상부터는 1만 5000엔, 중학교는 1만 엔, 특정소득 이상의 경우에는 5000엔을 지급한다.
주택 문제도 우리나라는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 공급이나 전세자금 대출 자격 기준을 완화해주지만 일본은 주택수당을 지급한다. 조세에선 우리나라는 자녀세액공제, 자동차 취득세 면제, 출산크레딧 등의 혜택을 받고 일본에서도 자녀부양공제를 받는다. 보육정책이나 일‧가정 양립정책 부문은 세부 디테일을 제외하면 거의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대책이 대동소이한 이유를 역시 두 나라 사회가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으로 본다. 먼저 문화적으로 양성평등 수준이 낮고 가족친화적 고용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문화다. 결과적으로 출산 시 퇴직률이 높고 출산 후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OECD 국가 중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저조하면서 출산율도 낮은 국가군에 포함된다는 점도 일치한다
같은 정책을 썼지만 일본은 상황이 낫다. 1994년 만들어진 일본의 출산장려 제도는 합계출산율이 약 1.5명일 때 만들어졌다.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인지 2005년 일본은 합계출산율 최저점인 1.26명을 기록했다가 2010년 1.39명, 2015년 1.46명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대책은 이미 최저점을 찍은 상황인 1.08명을 기록했을 때 부랴부랴 만들어졌다. 2010년 1.23명, 2015년 1.24명으로 회복하고 있다가 2016년 1.17, 2017년 1.05명으로 다시 곤두박질치면서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 시기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44, 2017년 1.42명으로 우리나라 상황보다 훨씬 낫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양국의 경제상황, 정서가 달라 같은 대책을 썼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들 정책실패라고 지적하지만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없다. 농담으로 ‘획기적인 대책을 제시한 건 출산수당을 출산할 때마다 30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던 허경영밖에 없다’고 한다”며 “단순히 수당, 세금 공제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변화만이 출산율 제고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