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시고 있는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와 한국GM 등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전날 방한 직후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노조) 측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정부가 오는 4월 20일 정도까지 자구안을 확정해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노사 임단협이 잠정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이 기한 내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엥글 사장은 “이달 안으로 타결은 아니더라도 임단협 잠정 합의 수준이라도 협조해달라”고 호소하며 “자구안을 내지 못하면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엥글 사장이 ‘부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실제 부도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지지부진한 노사협상의 속도를 올려 이번주 중에 잠정합의라도 이끌어내기 위한 강수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한으로 ‘4월 20일’을 언급한 것은 정부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과 지분 투자 의사결정 기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GM은 오는 4월 차입금 만기,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시한 등으로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자금난이 심화될 상황이다.
한국GM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2600여 명에 4월말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2~3년치 연봉을 평균 2억 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4월 중 지난해 격려금 중 절반(1인당 약 450만 원)도 줘야 해 추가로 720억여 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당장 이달 말 7000억 원의 차입금 만기가 다시 도래하고, 한국GM 감사보고서(2016년말 기준)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부터 8일까지 무려 9880억 원에 이르는 채무 만기도 줄줄이 돌아온다. 대부분은 지난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결국 한국GM은 4월 말까지 총 2조 3000억 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엥글 사장은 4월 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희망퇴직 위로금 등 지출 경비에 대해 “회사 이해관계자인 노사 간 합의가 안 되면 6억 달러를 투입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엥글 사장은 회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노조 측 발언에 “직원들이 본인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투표를 해달라”며 “회사가 원하는 건 해고가 아니지만 최후의 수단은 정리해고이며, 그 이전에 추가 희망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GM 사태 이후 다섯 번째 한국을 방한한 엥글 사장은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인호 산업통산자원부 차관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엥글 사장은 이 자리에서도 4월에 차입금 만기,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시한 등이 겹쳐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임을 설명하며, 정부 지원 없이는 부도 처리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다시 한 번 협조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