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다시 꿈을 갖고 지방선거를 뛰는 청년 정치인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젊다고 뽑아달라는 게 아니다. 각자가 가진 능력을 더 봐달라’고 당당히 말한다. ‘일요신문’은 약 70일 남은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당 예비후보를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강서구에서 뛰고 있는 김승현(31)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는 국회의원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중앙정치’에 밝다는 강점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출마한 김신애(37)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대한민국 학부모연대 회장으로 시민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점을 내세운다. 인천 남동구에 후보를 등록한 조홍식(32) 바른미래당 남동구의원 예비후보는 야학교사, 국회 보좌진, 정당 당직자 등 젊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김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
김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 사진=김승현 예비후보 제공
―지방선거 출마는 언제 결심했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무특보를 역임하면서다. 당시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말씀하시는 메시지들이 ‘양당 모두 틀렸다’, ‘3당을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비유하자면 안 후보는 야구를 제일 싫어하는 야구선수다. 정치를 가장 혐오하고 싫어하는 정치인이 맞는 건가.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이런 주장을 한 이유도 국민들 마음을 몰라서라고 생각했다. 그때 중앙당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잘하고 그래서 국회의원 된다 해도 지역 주민의 소망과 생각을 모르면 껍데기밖에 없는 정치인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에선 30대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로 외국에선 젊은 정치인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30대 국회의원, 구청장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과,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어디로 취업하나. 돈 많이 주는 곳을 따라 대기업 간다. 정치권은 고액의 연봉을 주지도 않고 혜택을 누리지도 못한다. 특히 선출직은 될지 안 될지도 알 수 없다. 청년이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재 돈을 받으면서 정치권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은 선출직이거나 당직자 혹은 보좌진 외에는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불가능하다. 그게 바뀌려면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경력을 쌓아 올리고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2030세대의 정치 관심 자체가 적은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정당 시스템의 문제다. 유럽 정당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깊게 관심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10대 때 이미 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서구유럽 정당과 달리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이 안된다. 20세까지 아무런 정치행위를 못하다가 갑자기 투표권 주고 정치를 생각하라고 하니 어디다 투표할지도 감 잡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20대 때 정치가 뭔지 알아가다 보니 20대는 정치권에서 소위 ‘없는 세대’가 된다.”
―젊은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사실 젊다고만 해서 꼭 뽑혀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젊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아무런 강점이 없다. 젊으면서 해당 분야 이해도를 갖고 준비했다면 젊은 게 강점이 된다.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정치까지 한 번 해봐야지’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는 내 인생의 직업이다’라고 생각하는 젊은 정치인은 다르다. 평생 정치 하겠다는 청년이라면 앞으로 최소 30년간 정치할 텐데 비리를 저지를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낮다. 건전하고 오랫동안 정치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순간의 이득 대신 대의와 명분을 좇을 확률이 높다.”
―그럼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무엇인가.
“내 강점은 나이는 어리지만 21년 동안 20대, 30대를 이 지역에서 보내면서 골목마다 현안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골목, 동네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실무를 경험해보지 않은 후보가 시의원, 도의원됐을 때 1, 2년간 의정활동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비서관, 민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책위 부의장 등 중앙당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예결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7년 동안 경험했다. 적응기간 없이 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정치라는 단어에 질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정치가 잘못되면 나라가 망한다. 우리가 그 상황을 바로 2년 전에 목도했다. 국민들이 정말로 피땀흘려 낸 세금과 직업 현장에서의 노력이 잘못된 정치를 통해 무너질 수 있다. 정치가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 학창시절 정치인을 떠올리면 ‘나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정치가 그동안 나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점점 국민들이 정치에 더 많이 관여하고 투명해져 가고 있다. 그래서 정치 교육이 잘 돼야 한다. 선거나 정치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야 할 이유를 말해 본다면.
“지금이 민주주의 2.0으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본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정치권에 젊고 새로운 세력이 나타난 것처럼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완성됐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걸 모두가 다 안다. 독재를 모르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민주주의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의 민주주의, 비효율적이지만 그 비효율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의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돼 꽃 한송이가 아닌, 꽃밭이 되고 단풍이 될 수 있게 해달라.”
#김신애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
김신애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 예비후보. 사진=김신애 예비후보 제공
“주위에 촛불집회에 나갔던 친구들이 많다. 은사님 한 분은 ‘신애야. 제발 한국당에서 나와라. 그건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전화가 왔다. 결국엔 ‘바른정당으로 가라’고 했을 정도다. 그럴 때 주위에 ‘어디서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 정당에서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가치도 있다’고 말하곤 했다.”
―왜 그렇게 싫어한다고 생각하나.
“다 옳게만 살고, 잘못한 게 없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진 건 민심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10년 집권 동안 무뎌졌던 이유도 있다고 본다. 최근 문제가 심각한 걸 알고 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국민이 감동받을 정도는 아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
―국민이 한국당을 미워하는데 한국당의 존재 이유는 뭔가.
“한국당에서 ‘국민 쓴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행사에 내가 세 아이 엄마 대표로 ‘한국당이 왜 안되는지 아냐’며 쓴소리를 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을 때 안보와 경제 문제 때문이다. 평화 좋고 대화, 협상으로 갈 수 있다면 좋다. 그런데 그 복잡한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도 부동산이나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이건 아닌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다른 걸 많이 못했지만 경제 발전을 한 요소는 있었다. 안보, 경제와 자유의 가치를 다시 회복해야한다.”
―서울시의원 출마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지난해 14일간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의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단에서 활동했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77명이고 한국당 의원이 29명이 당선돼 지방선거 앞두고 구청장 출마 등으로 사퇴하면서 현재는 민주당 49명이고 한국당 의원이 24명이다. 국민 지지율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양한 위원회를 모니터링하면서 느낀 건 민주당 시의원들이 정말 못한다.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대학생들도 그렇게 느낀다. 화장실 간다고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한번은 4명이 우르르 나갔다가 끝나기 몇 분 전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들에게 시의원은 기득권이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시의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의원으로서 행정사무감사를 잘하고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잘 짜는 등 기본적인 일을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한국당 이미지 쇄신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출마해보니 어떤가.
“어딜 가도 모르니까 기대도 있고 새롭게 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다. 그런데 나는 ‘청년’이란 말을 안 쓴다. 주변에도 청년이란 말이 지겹다는 분위기다. 아무리 평균연령이 올라갔다 해도 우리나라 나이로 38세인 내가 청년인지도 모르겠다. 정치권 안에서 팔 카드가 없으니까 끼워 넣는 느낌이다. 그 사람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오는 청년 후보들도 소위 ‘청년팔이’ 그만하자고 하고 다닌다. 그래서 ‘세 아이의 엄마’라고만 한다.”
―한국당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입 밖에 꺼낼 때는 아니다. 유예기간이다. 많이 노력해야 하는 ‘노력 기간’이다. 누구 탓보다는 언론, 국민이 감동받을 행동을 하면 저절로 인식이 바뀌리라 본다. 지지가 많은 당이 아니라 쉽지는 않다. 그래도 여기서 해보려고 한다.”
―한국당을 바꾸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젊었을 때 심리상담을 했다. 정규분포 끝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보는 게 일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여는 게 직업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보면 닫혀 있던 마음도 풀린다. 그런데 한국당 모습은 그게 아니다. 한국당에서 청년 행사를 했는데 내가 최연소였다. 그때 참석한 의원에게 ‘청년들은 한국당을 술 먹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술 먹고 훈계하는 거 아무도 안 좋아한다. 비유하자면 먼저 술부터 끊어야 한다. 집에 와서도 방문 두드리지 마라. 그럼 문 잠근다. 술 끊고 말투도 바꾸고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여야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방선거에 젊은 세대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그 기회를 잘 살려 국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 세 아이를 잘 키워온 노하우로 지역을 꼼꼼이 챙기는 ‘송파의 와이프’가 되겠다.”
#조홍식 인천 남동구의원 바른미래당 예비후보
조홍식 인천 남동구의원 바른미래당 예비후보. 사진=조홍식 예비후보 제공
―정치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20대 초반에 야학교사 활동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야학에 지원이 끊긴 일이 있었다. 국비가 지원되면 시비를 얹어 지원을 받았는데 예산 책정이 바뀌었는지 국비가 끊겼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정적으로 어려운 야학에서 정말 힘들었다. 또 가르치던 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도 있었다. 야학교사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기초의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게 무엇이 있나.
“기초의원은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인이다. 출마한 남동구 기준으로 1년 예산이 8000억 원 정도 된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복지정책은 복잡하다. 법도 만들고 관계기관의 협조도 있어야 한다. 구에서 구예산으로 하는 사업은 구민들이 필요한 사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예비후보로 활동하면 반응이 어떤가.
“‘젊은 사람이 나와서 좋다’는 반응도 있고,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당 생활을 10년 했는데 젊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젊은 사람이 깨끗하게 해달라’는 당부도 많았다.”
―지금 가장 어려운 건 뭔가.
“가장 어려운 건 금전적인 문제다. 모든 정치 하는 사람의 고민이 아닐까 한다. 선거라는 게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생업보다는 선거활동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 생활비 구하는 게 어렵다.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다 어렵다.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고 선관위에서 짧게 가르쳐주는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적인 오류, 건물 현수막 걸면서 건물 입주민들과 분쟁, 명함 디자인 등 시행착오가 많고 어렵다.”
―청년 정치인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기득권과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소신 있게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단순히 많고 적음에 따라 열정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성 정치인은 사회적 기반이 있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청년 정치인은 한국 정치 상황에서 인생 전체를 걸고 모험하고 있어서 정치를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청년팔이’는 많았지만 청년 정치인을 거의 볼 수 없다.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한다. ‘청년은 휴지다. 쓰이고 버려진다’ 그 부분이 해결 안되는 건 사실이다. 그 전 청년 정치인이라고 하면 낙하산처럼 내려오거나 청년 문제에 목소리만 높이다 약속을 뒤집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개선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에 우려도 있다.
“청년 정치인들이 부족한 점도 있다. 청년이라는 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자 단점만 갖고 정치에 뛰어드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지역에서 최소한 1년 이상 봉사를 해보고 요구가 뭔지 들어본 뒤 출마를 했으면 한다. 청년 정치인들이 전문성과 비전이 명확하게 있어야만 최소한 젊은 세대에게 피해는 안 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청년 정치인들이 늘어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서 ‘젊은데 잘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미래에 정치 지망생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나도 청년이라는 프레임에 안주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주변에서 동년배가 정치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 건가.
“요즘 후배들 만나면 ‘정치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다닌다. 물론 당선이 되서 활동을 하면 보람도 크겠지만 과정이 너무 힘들다. 많이 했으면 좋겠지만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너무 어렵다. 할 생각이 있으면 정말 깊이 고민해서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다고 결심이 설 때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뭔가.
“인천에서 나고 자라서 인천을 발전시키는 게 큰 목표다. 먼저 지역부터 시작해, 크게는 나라 전체에 조그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보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