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양평읍 신애리에 들어선 용문산 포 사격장.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후 양평경실련)은 지난 23일 국방부를 방문, 양평군민의 오랜 염원인 ‘양평종합훈련장(신애리사격장)’ 폐쇄 입장을 서주석 차관에게 전달했다.
양평경실련은 26일 발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23일 장영달 고문과 유영표 공동대표, 정주영 집행위원장과 박민기 정책위원장, 여현정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양평경실련 대표단과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의 만남은 국방부가 피해 당사자인 주민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양평경실련은 “국방부가 단기적으로 방음벽과 방음림 설치, 탱크 이동로 확장공사, 분진 최소화 방안 강구 등의 대책과 법률 제정, 사격장 환경오염도 조사, 사격장 소음피해 최소화 방안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환영하는 바이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렇듯 새 정부 들어 군 시설 주변 주민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특히 서주석차관이 용문산사격장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크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양평경실련은 사격장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대책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며 주민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에 ‘용문산사격장 폐쇄’를 명확하게 요청했고, 서주석 차관은 폐쇄 대책까지 포함하여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양평경실련은 2015년 7월 창립 이후 주민의 편에서 지역현안과 이슈에 대응하며 주민이 살기 좋은 양평, 즉, 생태와 자연이 보존되면서도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지역 발전을 위한 고민과 실천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특히 용문산사격장으로 인한 주민의 피해와 호소에 공감하고 ‘용문산사격장 폐쇄’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그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오고 있다.
용문산 사격장은 1954년 군유지 무상대부로 면적 475만㎡의 규모로 양평읍 신애리에 들어선 이후 연 200일 이상의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여 인근 주민은 물론 양평군 전체 주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용문산사격장은 양평군청을 기준으로 가깝게는 2km에서 멀게는 6km 이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용천 2리 마을과 용천저수지, 농업기술센터, 용문산 자연휴양림 등과 인접하고 있다.
이러한 용문산 사격장에서의 포사격 훈련으로 인한 주민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특히 인근주민들은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정신적 스트레스로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을 떠나고 싶은 심경까지 토로하고 있다.
용문산 자락에 위치해 엄청난 위력의 대포소리와, 용문산 위에 피어나는 포연을 하루에도 수차례 확인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용문산사격장은 말 그대로 끔찍한 혐오시설이다.
주민들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용문산 산불발생건수의 20%가량이 군사격 훈련으로 인한 것으로 주민들은 산불에 대한 불안감에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다.
또한 최근까지도 포탄이 민가를 관통하거나 조명탄 발사체가 농지에서 발견되는 등 사격훈련으로 인한 주택 파손이 적지 않으며, 관광객을 태운 버스를 관통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덕평천을 거쳐 팔당 취수원으로 흘러 수도권 2300만 주민들이 마시고 있는 식수는, 실제 사격장이 위치한 용문산 줄기에서 시작된다. 즉, 사격훈련으로 인해 납중금속이 토양에 침식되고 납을 축적하여 팔당으로 흘러들어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양평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이중삼중의 규제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과 안보라는 명분으로 수 십년 동안 온갖 피해를 감내하며 사격장을 껴안고 위협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주민소통을 위한 대책 마련이 극히 미비했던 것이 현실이다.
1954년 사격장이 들어선 이래 생존마저 위협받는 극심한 피해를 겪어오던 주민들은 1982년부터 농기계로 길을 막고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는 사격장 이전 요구에 양평군도 동참하기 시작했고 2000년에는 국방부에 주민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2008년 양평군의 사격장 이전 건의에 국방부는 이전비용 부담과 대체부지 제공 시 이전 가능하다는 답변을 하였으나 4천억 원에 달하는 이전비용과 관내 대체부지를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로도 2015년 출범한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군민 대책위(위원장 장영달 전 국방위원장)’가 출범하여 사격장 이전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2017년 9월에는 민관군이 참여하는 양평종합훈련장(용문산사격장) 갈등관리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용문산사격장은 양평군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폐쇄해야 할 대상이다.
양평경실련은 “’백명의 적을 잃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잃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국방부에서는 ’국방‘에 있어 양평군민의 민심을 얻는 것이 사격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며,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권하에서, 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평화회담이 곧 이루어질 남북정세 속에서 이는 분명 양평주민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양평경실련은 양평지역의 비정부 시민단체로서 주민의 삶이 행복해지는 길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이라며서, “지역의 오랜 현안에 주민의 편에서 끝까지 함께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