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피오나 프레슬리는 어느 날 정원을 가꾸던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호박벌 한 마리가 날지 못한 채 계속 땅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벌을 살펴본 그녀는 곧 벌에게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벌은 바이러스성 세균에 감염돼 날개 없이 태어났고, 이로 인해 다른 벌들처럼 날지도, 꿀을 채취하지도 못하는 신세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프레슬리는 곧 이 벌을 위한 밀실 형태의 작은 정원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벌을 위해 주기적으로 설탕물도 공급해주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둘 사이에는 곧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프레슬리가 정원을 살피러 올 때마다 벌은 그녀에게 마치 인사를 건네는 듯 다가왔으며, 기분이 좋은 듯 팔이나 코에 달라붙은 채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우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호박벌의 수명은 18주이지만 프레슬리의 보살핌 덕분에 이보다는 조금 더 오래 살았던 벌은 결국 얼마 전 근사한 추억을 남긴 채 영영 세상을 떠났다. 출처 ‘보드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