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박은숙 기자
“75%의 점유율을 넘어라.”
민주당 6·13 지방선거 공천 전략의 작전명은 ‘최강 드림팀 구성’이다. 집권당 내부에선 최대 12곳 승리를 목표로 세웠다. 표면적으로 광역단체장 목표를 ‘9+플러스알파’로 잡았지만, 당·청 지지도가 유례없이 높은 만큼 자유한국당의 최고 성적을 넘자는 기류가 강하다. 한국당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16곳의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이겼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장은 세종시 1곳이 늘어 17곳이다. 민주당이 현역 9곳과 추가로 3곳에서만 이기면, 점유율 75%에 근접한다.
핵심은 ‘PK 탈환’이다. 이를 위해선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것도 없다. 조기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확정 짓고 본선 체제를 띄워 전국적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이 단수·전략공천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예선전 방식을 ‘컷오프 후 원샷 경선’으로 가닥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춘석 사무총장은 “필요하면 컷오프를 통해 2인 경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나선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본선 직행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사실상의 ‘포스트 문재인’ 밀어주기다. 서울시장 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현역 의원 출마 10% 감점, 여성 후보 10% 가점을 반영하면 3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10% 감점을 받는다”며 “결선투표마저 없다면 경선 참가의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후발 주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결선투표를 안 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결선투표제는 당 지지도가 낮을 때 흥행몰이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결선투표제 불가로 선회한 데는 대중성 높은 ‘박원순·이재명’ 원투펀치의 수도권 바람이 충청과 PK로 이어지는 것도 당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홍정욱 전 의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마저 서울시장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내우외환에 허덕이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단일 후보로 하는 묵시적 야권연대 외에는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전략공천을 받은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보다 열세다.
PK는 여권 동남풍 전략의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경남이다. 이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문 대통령의 고향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였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1995년 민선 이후 PK는 보수 텃밭이었다. 만리장성만큼 높은 벽이었던 PK 탈환에 성공한다면, 차기 총·대선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낙동강벨트 공략도 가능할 전망이다.
판은 만들어졌다. 영화 ‘변호사’는 기억 저편에 있던 부림사건을 끄집어냈다.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운명적 만남을 잇는 고리였다. PK는 일시에 전국적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장미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38.7%를 기록, 홍준표 한국당 대표(32.0%)를 눌렀다. 울산에서도 ‘38.1% vs 27.5%’로 앞섰다. 경남에서만 36.7%로, 홍 대표(37.2%)에게 0.5%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이미 부산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람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오 전 장관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탈환 전략을 가동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이 오 전 장관을 전략공천자로 추천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만큼, 오거돈 바람은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경남의 경우 당 지도부의 ‘김경수 카드’가 지난해 말부터 깊숙이 논의됐다. 김 의원의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김 의원은 의원직 중도 사퇴에 대한 부담으로 고사했지만, 당의 동남풍 전략에 불출마의 문을 닫지 않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바꿔보지 못한 곳에서 바꿔내 켜켜이 쌓인 지방 적폐를 걷어낼 것”이라고 한 것도 ‘김경수 카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발목을 잡은 ‘지역위원장 120일 전 사퇴 규정’의 길도 텄다. 관련 규정의 예외 인정 문제를 당무위원회가 아닌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한 것이다. 사실상 추 대표 의중에 따라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문을 연 셈이다. 추 대표가 전격적으로 경남지역에 전략공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김 의원은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PK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라며 “특히 김경수 카드가 부상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경남을 지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당도 PK 사수 작전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 충남과 함께 경남지역 전략공천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은 ‘문재인 vs 홍준표’의 대선 제2라운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수도권·PK 바람의 현실화한다면, 충청권 바람은 사실상 덤이다. 민주당은 ‘안희정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남 전략공천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양승조 민주당 의원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 간 2파전이다. 하지만 이 지점은 민주당의 딜레마다. 민주당 내부에선 충남지역 전략공천설이 끊이지 않지만, 어느 쪽을 택해도 상처가 불가피하다. 외부 수혈은 내부 갈등을 낳을 수 있고, ‘양승조 카드’는 현역 최소화 방침에 걸린다. 경쟁력 높은 양 의원을 배제하기도 쉽지 않다.
전략공천은 충남뿐 아니라 민주당 공천의 최대 난제다. 당 안팎에선 그간 경남, 전남, 부산, 대구·경북(TK) 등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거론됐다. 앞서 추미애 대표는 “현역 의원은 2명 이상 출마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현재 15명 안팎인 현역 의원들의 교통정리가 끝날 때까지 전략공천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전략공천은 3곳까지 할 수 있다.
다만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 기준으로 ‘험지 중 지지도가 높은 지역’으로 선을 그은 만큼, 영남권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제1당 지위 사수’와 ‘최강 드림팀 구성’이란 절체절명의 과제가 민주당 지도부에 놓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121석)과 한국당(116석)의 의석수 차이는 5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전략을 실기할 경우 제1당 지위도 잃은 채 당 내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전 평론가는 “위기관리 능력도 추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