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가득 찬 서울 도심.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 26일 미세먼지와 결합된 짙은 안개로 인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 또는 지연돼 불편을 야기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지시정 경보’를 발령한다. 인천공항은 지난 26일 오후 6시 28분 미세먼지와 결합한 안개로 저시정 경보 1단계가 발령됐고, 6시 35분 2단계로 확대됐다. 이후 27일 오전 7시를 기해 저시정 경보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항공기 회항은 24편, 출·도착 지연 25편, 결항 5편으로 집계됐다.
항공기가 제시간에 운행되지 않으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항공사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한 안개로 항공기가 결항이나 지연되면 운항 일정에 차질이 생겨 손해다. 또한 피해를 본 승객들에 식사나 숙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연으로 환승을 놓친 이들에게는 연결편도 구해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고 전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항공기 기기 결함은 발생하지 않을까. 항공기 엔진은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해 내보내는 원리인데, 미세먼지가 엔진에 들어가면 고장을 내거나 효율성이 떨어뜨리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항공사에서는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엔진 연소에 영향을 주고 기기 고장이 나려면, 입자가 모래보다는 작지만 하늘에 떠돌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그보다 작아 기기 결함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봄을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여행·레저 업종들도 미세먼지 여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니까 아무래도 국내여행 수요가 줄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실제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따르면 3월 일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봄꽃여행 상품 매출이 13% 감소했다. 국내여행 전체 매출 역시 7% 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세먼지를 피해 자녀들과 실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키즈카페 매출은 18% 증가했다.
또한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한진그룹과 롯데그룹, 호텔신라, 한화그룹 등 국내 많은 대기업들 역시 미세먼지로 인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룹 내에서 호텔 리조트 계열사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영향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치명적인 매출 하락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실외에서 치러지는 KBO 프로야구도 미세먼지로 인한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을 보유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았음에도 지난 주말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은 관중들이 많이 찾았다. 하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면 프로야구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미세먼지에 의해 뜻하지 않게 호황을 맞고 있는 기업도 있다.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을 생산하는 가전업체들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29일까지 판매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의 판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017년 3월 1일~29일)보다 각각 215%, 190% 늘었다. 전자랜드 역시 올해 1~3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4% 성장했고,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 의류관리기 판매량 역시 400% 성장했다고 전했다.
LG전자에서 내놓은 공기청정기. 사진=LG전자
SK그룹은 인수·합병(M&A)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가전업체인 SK매직이 그것이다. SK매직의 전신은 동양매직으로, 지난 2016년 11월 SK네트웍스로 인수돼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보인 SK매직은 지난 2017년 연결기준 매출 5479억 원, 영업이익 317억 원, 순이익 165억 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4692억 원)보다 16.8% 상승한 것이다.
올해 역시 SK매직은 3월에만 공기청정기 7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여 대 늘어난 수치다. 2018년 1분기 누적 판매 대수는 2만 2000여 대로 지난해보다 41% 증가했다고 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는 전세계적 관심사다. 따라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매직 매출 상승은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정수기 비데 등의 렌털 사업도 큰 역할을 했다”며 “아직 SK매직이 그룹 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에 당장의 성공보다는 계열사의 체질을 바꾸는 장기적 모델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는 카드뮴이나 납, 실리콘 등 다양한 유해물질을 포함해 신체에 들어가면 호흡기질환, 심뇌혈관, 피부질환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사에도 미세먼지가 영향을 끼칠까.
한 제약회사 고위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등에 질환이 생겨 약 수요가 늘 수도 있겠지만, 연관관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미세먼지로 인해 제약회사가 호재를 본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다만 미세먼지로 마스크 수요는 크게 늘었다. 마스크를 제작하는 업체 정도가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들. 사진=박정훈 기자
실제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마스크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98% 증가했다. 특히 일반 마스크는 이 기간 78% 늘어났는데,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 지수가 표시된 인증마스크는 783%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서도 마스크는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미세먼지 지수가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편의점 GS25의 마스크 매출은 전주 대비 637.4%, CU는 511%, 세븐일레븐 619.7%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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