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3월 27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를 지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양 예비후보에 따르면 인공강우를 활용하면 서해상에 인공 비를 내리게 해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나 황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수커튼’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 UAE 등 일정 지역에서 인공강우화에 성공했다. 이에 양 예비후보는 한·중 공동으로 인공강우 연구TF를 구성하고 재정·인력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초 인공강우는 다목적 항공기를 이용해 자연 상태의 구름에 요오드화은, 액체질소나 염화칼슘 등 화학물질을 공중에 뿌려 물방울이 맺히도록 해 비를 내리도록 하는 것으로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1946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러시아·일본·멕시코 등 50개 국가에서 연구 추진 중이다. 2013년 10월 중국에선 백두산의 산불 예방을 목적으로 10㎜ 안팎의 인공 비를 내리게 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처음으로 인공강우·강설 실험을 시작했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외에선 서해 상공에 인공강우를 내려 중국 발 미세먼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와 기상과학원은 염화칼슘을 사용해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 경기도 기후대기과 관계자는 “지난해 5~6월에 6회, 11~12월에 3회 실험을 했다. 기상 전문가와 대기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TF를 구성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7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술력 한계를 지적했다. 반기성 케이웨더예보 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공강우 기술은 초보 단계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용화 될 수 있는 실험 데이터나 연구가 부족하다. 예산이 배정 돼야 실험을 하고 실험을 많이 해야 기술이 쌓인다. 물론 일각에서 실험을 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공강우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반 센터장은 “인공강우는 한 지역에 강제로 비를 내리게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점이 동반된다. 미국도 인공강우를 규제한다. 한 주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 구름이 없어져 인접 주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비를 뺏는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세먼지가 짙은 날엔 인공적으로 비를 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 센터장은 “인공강우는 구름에 씨를 뿌려 그 구름을 성장시켜서 비를 내리는 개념이다. 맑은 파란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실제로 짙은 미세먼지가 낀 날은 이동성고기압권 내가 가장 많다. 고기압을 타고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들어오는데 대기가 안정되다 보니 확산되지 않고 그 안에서 미세먼지가 축적된다. 즉 인공강우를 할 만 한 구름이 없다는 말이다.
인도 벵갈루루서 인공강우 실험. 연합뉴스
기술력이 뒷받침되어도 미세먼지를 없애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물론 구름이 낀 날에도 미세먼지가 있을 순 있으나 그런 날엔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고 인공강우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먹구름이 있어야만 이를 활용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대부분 화창하다는 설명이다.
반 센터장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모션일 수 있다”며 인공강우 현실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기 때문에 지금까진 인공강우 기술이 필요 없었다. 최근 물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공강우 기술은 발전 가능성이 높고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인공강우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비췄다.
이어 김 본부장은 “인공강우는 인공적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게 하는 개념이 아니고 비를 증가시키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인공증우’다. 인공증우로 미세먼지 저감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미봉책이란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 인공강우 기술은 미세먼지 총량을 줄이는 데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증우는 일시적인 효과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비를 인공적으로 내리게 해 미세먼지 ‘총량’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특정한 날에 비를 인공적으로 내리게 해 당장 미세먼지를 줄일 순 없다. 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세먼지 대책으로 각광받는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 투자가 공약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인공강우 시험에 대한 투자와 여건은 열악한 상태다.
기상과학원의 관련 예산은 9억 원에 연구원도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중국 베이징시가 인공강우를 위해 연구원 70여 명과 비행기 3대를 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구름 상황에 맞춰 시험을 하지 못한다면 인공강우는 무의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약보다 관련 연구 예산 등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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