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장·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임에도 민평당의 주요 직책을 맡으며 각자의 정치적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고 박주현 의원도 조만간 민평당을 위해 중대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박주현 전북지사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모두 화색을 띠고 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북지사 출마를 놓고 고민 중인 가운데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이 두 당은 화색을 띠고 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 임준선 기자
이런 이유에서 민평당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구 하나 섣불리 출사표를 낼 수도 없고 동료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전북 전주시에 지역구를 둔 정동영 민평당 의원이 송하진 현 전북도지사의 대항마로 거론됐으나, 정 의원도 이를 고사하며 당의 고심은 깊어져 갔다.
그러던 민평당이 최근 새로운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바로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민평당이 다른 당 인물 영입을 고려하는 이유는 바로 박 의원의 정치적 정체성 때문이다.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에 몸을 담고 있으나, 실제 의정활동은 민평당에서 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의당은 통합파와 반대파로 나뉘었고 통합파는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반대파는 국민의당을 탈당해 민평당을 창당했다.
당시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은 반대파로 민평당에 합류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라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례대표 3인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평당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돈 의원은 민평당 정책연구원장을, 장정숙 의원은 민평당 대변인을 맡으며 몸 따로 마음 따로인 행보를 이어갔다. 박 의원도 민평당 이름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박주현 의원실 관계자는 “(전북지사 출마를)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이 전북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해도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박 의원 소속이 바른미래당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할 경우 비례대표 다음 순번이 의원직을 물려받게 되는데,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14번이었던 임재훈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사무부총장이 의원직을 차지하게 된다.
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 등 비례대표 3인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비례대표 3인을 아직까지 볼모로 잡고 있는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자격이 없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잡음’을 내는 비례대표가 당을 떠나는 것은 반가운 상황이다.
물론 박 의원이 2년이나 남은 의원직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국회 관계자는 “어차피 발 묶인 비례로 남아 2년을 존재감 없이 보내는 것보단 낙마한다 할지라도 출마하는 것이 박 의원에게 좋을 것”이라며 “또한,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으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따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과 같은 상황에 놓인 장정숙 의원은 박 의원의 전북지사 출마설에 대해 “(그 논의가 민평당에서 나온 건) 사실이다. 전주여고를 나온 박 의원이 민평당의 이름으로 출마하는 건 민평당에 활력소가 되고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저도 (박 의원에게) 강력하게 출마를 권유한다. 2년의 의정생활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이번 지방선거 출마로) 도민들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은 “(다른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한다면) 국민들이 좋게 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을 것까진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정당을 떠나서) 비례대표가 개인의 미래를 위해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동료의원으로서 멋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관영 정책연구원장도 “‘윈윈’이다. (비례대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연구원장으로서 말하자면) 박 의원이 우리 당의 비례대표로서 할 도리를 마땅히 한 건 아니다. 당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