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3월 윤 지검장 처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과 정보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의 이 같은 내사가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 뜻대로 수사권조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검찰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검찰 수뇌부의 개인 사정을 파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윤 지검장 장모 최 아무개 씨의 내연남으로 지칭된 김 아무개 씨는 지난 2016년 한 추모공원 시행사인 A 회사 이사회 및 주주총회 회의록과 참석자 명단, 이사 도장 등을 위조해 경영권을 강탈했다. 김 씨는 A 회사 대표였던 고소인 노 아무개 씨 밑에서 일하던 직원을 교사해 고소인의 중요 서류를 탈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모 최 씨는 고소인 노 아무개 씨로부터 명의신탁(유가증권 등의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척 등 제3자 명의를 빌려 등기부에 등재한 뒤 실질소유권을 행사하는 제도) 받은 A 회사 주식 10%를 김 씨에게 넘겨 경영권과 1000억 원대의 사업권 강탈을 도왔다는 것이 고소장의 골자다.
노 씨는 2016년 11월 김 씨를 고소했다. 노 씨는 장모 최 씨까지 함께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김 씨의 경영권 강탈을 도운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최 씨가 넘긴 주식 10%로 김 씨는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넣을 수 있었고, 경영권 강탈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노 씨 측은 최 씨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명의신탁한 주식을 김 씨에게 넘기면 안된다고 경고했으나 묵살당했다. 고의성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해당 주식은 김 씨가 소유하고 있다.
노 씨는 2016년 11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2017년 3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해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는 종종 있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어찌됐든 같은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니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씨 측은 “위조된 임시 주주총회 회의록과 도장위조 관련 증거, 관련자들의 증언 등 명백한 입증 자료를 첨부해 고소장을 냈다”면서 “경찰에서는 우리가 제출한 증거를 보고 ‘관련자들을 대질조사 할 필요도 없겠다’면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는데 검찰은 별다른 이유 없이 사건을 1년 가까이 끌다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 처분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 씨 측은 의사록 작성 당시 불참한 주주 및 이사들이 참석한 것처럼 기록된 것은 단순한 오류일 뿐이고 고의로 허위 의사록을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불기소결정서에서 “불참한 이사의 도장이 찬성란에 찍혀 있고, 주주총회 의사록을 작성한 직원은 최초 자신의 업무 착오로 잘못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의사록은 자신이 아니라 김 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안건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지분만으로도 의결정족지분을 충족한 상태라서 고의로 조작할 이유가 없었다. 단순 오류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김 씨가 고의로 의사록을 조작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
노 씨 측은 고소장과 항고이유서에서 “담당 검사는 이사회 불참석자들이 권리를 위임하여 표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했지만 이사회는 상법상 주주총회와 달리 위임이 안 된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오인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라면서 “또 상법에는 주주총회를 하려면 이사회를 거쳐 모든 주주에게 통보를 했어야 했음에도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주주총회를 열었고, 정상적으로 이사들을 해임했다고 해도 다시 선임된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및 공동대표이사를 선임했어야 했음에도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경영권을 강탈해갔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지검장 장모 최 씨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에 연루됐던 적이 있다. 최 씨는 지난 2003년 경매로 낙찰 받은 빌딩의 이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동업자 정 아무개 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익금을 분배하기로 약정서를 써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약정서가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정 씨를 맞고소했다.
이 사건의 중요한 증인인 백 아무개 법무사는 재판 과정에서 최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오히려 정 씨가 사기 미수 및 강요죄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백 법무사는 “최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조건으로 수억 원을 받았다”고 양심고백을 했다. 백 법무사는 최 씨로부터 받았다는 수표와 아파트 등기부등본 등도 증거로 제출했다. 정 씨는 백 씨의 자수서를 첨부해 다시 최 씨를 고소했지만 법원은 신빙성이 없다면서 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자들을 매수해 서류를 조작하고 사업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의혹이 현재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특히 당시 사건에서도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 씨는 지난 2012년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 지검장이 장모와 관련된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접수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장모 최 씨는 “김 씨와는 업무 관계로 만난 지인일 뿐이다. 내연관계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거 노 씨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주식을 명의신탁 받았는데 오랫동안 돈을 갚지 않았다. 김 씨가 자신에게 주식을 위임해주면 돈을 받아준다고 해서 줬을 뿐이다. 그 이상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주식을 김 씨에게 넘기면 안된다는 내용증명을 받고도 묵살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식을 김 씨에게 위임했다는 사실을 내가 먼저 통보했다. 주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빨리 내게 빌린 돈을 갚고 가져가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은 것은 노 씨 측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사위(윤 지검장)에게는 개인적인 부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부탁을 한다고 해도 들어줄 사람도 아니다”라면서 “사위가 정권에 맞서다 불이익을 당한 사람인데 이런 쪼잔한 일에 개입했겠느냐”고 되물었다. 법무부가 윤 지검장 처가를 감찰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법무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노 씨 측은 고소 당시 김 씨와 최 씨가 내연관계라는 주변 지인의 증언이 담긴 사실관계확인서도 함께 제출했다.
윤 지검장 비서실 관계자는 “지검장님이 처가 일에 개입하는 분이 아니다”라며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