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의 충청남도청 전경. 최준필 기자
반면 정치적으로 안 전 지사는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안 전 지사의 몰락 이후 그의 정치적 안방인 충남도 혼돈 속으로 돌입했다. 충청도 지역 가장 큰 맹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안희정의 친구’라는 타이틀로 선거운동을 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마저 내연녀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충남도지사 선거도 ‘시계제로’ 상황에 돌입했다.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앞서간다고 평가받던 박 전 대변인의 낙마로 여권의 충남도지사 후보는 두 명으로 좁혀졌다. 4선의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상대적으로 중앙정치 지명도가 낮아 약체로 평가받던 복 시장이 치열하게 붙고 있다. 충남 정치계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복 시장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중앙에서는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충남에서는 다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24.6%가 양승조 의원을, 18.3%가 민주당 복기왕 전 아산시장을 꼽았다. 두 사람의 격차는 6.3%포인트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이 여론조사에서 공천이 사실상 확정된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0.7가 선택했다.
여당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한 가지 소문이 충청남도를 감싸고 있다. 여의도 소식에 밝은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충청남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던 안 전 지사의 남은 조직을 서로 흡수하려고 양 의원과 복 전 시장의 경쟁이 시작됐다”며 “두 후보 모두 안 전 지사 비판 강도가 약한 이유는 바로 안 전 지사 조직을 흡수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안 전 지사 조직은 박수현 전 대변인 캠프로 간 이후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귀띔했다.
사실 두 후보 모두 출마선언에서 친분을 강조한 바 있다. 아직 안 전 지사의 위계에 의한 성폭행 혐의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양 의원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공적인 도정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고, 복 전 시장도 안 전 지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3농 혁신 등 안 전 지사가 추진해온 사업을 이어받겠다”고 했다.
이후 두 후보는 비판보다는 ‘성찰’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웠다. 이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터지자 양 의원은 민주당 충남의원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충남 민주당의 이름 아래 안희정 전 지사와 함께 했던 동료로서 저희들도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참담할 뿐이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고 죄송스러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복 전 시장은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분이기 때문에 더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며 “(이번 일은) 그동안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 만연해 있었던 남성 중심의 문화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2일 양 의원은 박 전 대변인에게 “캠프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29일 복기왕 전 아산시장도 “경선을 통과하면 가장 먼저 박수현 전 대변인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실 것”이라고 밝혀 소문의 신빙성을 더했다. 앞서 충남 정치권 인사는 “솔직히 후폭풍이 어떨지 몰라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제스처는 없을 것으로 봤는데 아니었다”며 “현재 안 전 지사나 박 후보 캠프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조직이 사실상 사라졌다. 기존 조직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아직 파악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 후보, 복 전 시장 캠프는 “비판보다는 반성이 먼저라고 생각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안 전 지사의 조직을 품기 위해 비판을 삼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양 쪽 모두 일단 부인했다. 복 전 시장 관계자는 “선거에서 조직은 매우 중요하지만 광역선거에서는 그 중요도가 많이 떨어진다. 안 전 지사 조직에도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조사 어떻게 했나.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자체조사 ◇조사지역·대상 및 표본크기: 충남 거주 성인 남녀 809명 ◇조사기간: 2018년 3월24일~25일(2일간) ◇표본오차: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 3.8% ◇표집틀 및 표집방법: ARS 여론조사(유선전화57%+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43%, RDD 방식,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