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다. 일요신문DB
미요시 원장은 “사람에 따라서는 가슴 통증 외에도 위장 언저리와 턱, 왼쪽 어깨, 왼손 등에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흐른다”면서 “이럴 땐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심근경색이 ‘심실세동’ 같은 부정맥을 일으킬 때다. 심실세동이 생기면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없어 혈액순환이 정지된다. 이로 인해 현기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방치했다가는 심장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바로 급사로 이어진다. 덧붙여 “이것이 중장년층의 돌연사 중 가장 많은 사례”라고 미요시 원장은 전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심장발작을 일으켰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파서 일어나기 힘들어 하거나 진땀을 흘리는 경우는 중증으로 간주해야 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상태로 30초 이상 지속되면 단순한 실신이 아니므로 곧바로 앰뷸런스를 부른다. 또 가까운 곳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다.
AED는 환자의 가슴에 전극패드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심정지 리듬을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전기충격버튼을 누르도록 음성으로 안내한다. 이에 대해 미요시 원장은 “심정지일 경우 심실세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때의 대처법은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밖에 없다. 1분이 경과할 때마다 살아날 확률은 10%씩 줄어든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빠른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더욱이 AED가 근처에 있다면 환자가 살아날 확률은 높다.
심장 돌연사 외에도 뇌혈관 질환으로 급사하는 경우도 많다. 뇌신경외과 전문의 치아키 씨에 의하면, 뇌중풍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힌 상태, 뇌출혈은 그 혈관이 터진 상태를 뜻한다. “이전에는 뇌출혈이 더 많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60% 이상이 뇌경색”이라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돌연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심원성 뇌색전증’으로, 심장에서 운반된 혈전(피떡)이 뇌의 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이와 같이 돌연사를 일으키는 위험요소는 대체로 ‘혈관’이며, 그 원인이 되는 것은 생활습관이나 나이에 의한 동맥경화다. 이케타니 도시히로 의학박사는 동맥경화를 쌓인 눈에 비교했다. “눈이 쌓이면 아래쪽이 어는 것처럼 나이가 들면 혈관 벽도 점점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혈관 안쪽에 해당하는 위쪽은 부드러운 눈 상태 그대로다.
그런데 만약 고혈압, 지질이상증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혈관내피에 유해물질이 들러붙어 플라크(혹)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다 플라크가 찢어지면 그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다량의 혈소판이 모여들어 핏덩어리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혈전이다. 혈전은 순식간에 불어나 혈관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크기 작아도 매우 위험하며, 그 부위가 심장이나 뇌일 경우에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미요시 원장은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관련 생활습관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 나이 등으로, 이 가운데 나이와 가족력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위험인자는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케타니 박사 또한 동맥경화의 4대 위험인자로 고혈압과 지질이상증, 당뇨병, 흡연 습관을 뽑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위험인자가 1개라도 있을 경우 동맥경화 리스크는 3배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더욱이 위험인자가 3개라면 3의 3제곱, 즉 27배가량이 높아진다. 반대로 하나를 개선하면 위험률은 삼분의 일로 줄어든다.
돌연사는 흔히 화약이 쌓여 있는 화약고가 터지는 것에 비유된다. 이때 발화제가 되는 것은 급격한 일교차에 의한 열충격, 그리고 과로 및 스트레스다. 이들은 모두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들로 알려졌다. 혈압이 오르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혈전이 더 많이 생기는 원리다.
사나다클리닉의 사나다 쇼이치 원장은 돌연사를 막는 생활습관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식생활에서는 등푸른 생선과 푸른색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염분 섭취를 줄이고,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도록 하자. 물론 운동도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근육트레이닝까지 할 필요는 없다.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가벼운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걷기 등 조금 땀이 흐를 정도의 운동을 매일 계속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울러 적절한 수면시간도 관건이다. 수면시간은 최소한 5시간은 되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면 고혈압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이케타니 박사는 특히 콩 섭취를 권장했다. “콩은 혈관 건강에 좋은 마그네슘과 몸속 나트륨을 배출해주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식이섬유가 가득한 데다 포만감 지속시간도 길어 콩을 먼저 먹으면 과식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불포화지방산인 EPA보조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PA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전 생성을 예방하고, 혈행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의 노화는 혈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케타니 박사는 “실제로 외관상의 노화도와 혈관의 노화도가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면서 “불건전한 생활습관 가지고 있는 경우 노화가 훨씬 빠르게 가속화된다”고 충고했다. 이어서 그는 “나쁜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5년, 10년 후 생사를 가르는 ‘혈관사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특히 예순다섯을 넘긴 고령자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1년에 한 번씩은 건강진단을 받고, 징후가 있는 사람은 꼭 관련 수치를 내리도록 한다. 혈관질환에 의한 돌연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실은 평소 생활습관이 축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